존 버님햄님의 그림책을 읽다보면 아이들의 심리를 잘 알고, 표현을 잘 하고 있다는 생각을 가지곤 했는데,
이번에도 그런 책을 만났답니다.
<줄리어스, 어디 있니?> 인데요..작가 특유의 조금은 비어 있는 듯한 현실 속 장면과 강렬하지만 풍성한 색채로 채운
상상 속 장면이 무척이나 대조적인 또한 규칙적인 리듬을 만끽할 수 있는 책이랍니다.

존 버닝햄의 [줄리어스, 어디있니?]

"오늘 아침은 버서 스크램블 에그랑 콘플레이크,
그리고 시원한 오렌지 주스예요.
줄리어스는 어디 있죠?"
엄마가 말했어요.
아빠는 줄리어스를 불렀고, 줄리어스네 가족은 한 자리에 앉아 아침을 먹었어요.
아침뿐 아니라 아이들의 끼니때에 경험하는 일이네요.
할 일이 있다며 늦게 식탁에 앉거나,
만들던 것 다 만들고 조금 있다가 먹겠다고 말하는 아이들.
우리 아이들처럼 줄리어스도 아빠가 불러야 식탁에 앉아요.

점심 식탁을 준비하는 엄마의 모습이 보이네요.
그런데 줄리어스가 보이질 않아요.
"줄리어스는 의자 세 개, 낡은 커튼, 기다란 빗자루로 자기 방에 작은 집을 만들었다고
우리랑 같이 점심 못 먹는대요."
아~~그랬군요. 그래서 식탁의 의자들이 보이질 않았던 거였군요.
아빠는 아빠는 점심을 챙겨서
자기 방에 작은 집을 만든 줄리어스에게 가져다주었어요.

식탁의자 세 개와 낡은 커튼, 기다란 빗자루로 자기 집을 만든 줄리어스.
줄리어스의 놀이는 이렇게 시작되어요~

끼니때 마다 줄리어스는 보이질 않아요.
지구 반대편으로 가는 구멍을 뚫느라 식사자리에 나타나질 않았고..
이집트 네파투티움 왕의 피라미드와 중앙아프리카의 롬보봄보 강,
러시아 노보스키 크로스키 지방의 황무지, 페루의 치코니코 강 등
이국적인 장소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상상여행 중이였거든요.
나라 이름을 제외한 이 지명들은 실재하지 않는..줄리어스의 상상에서 나온 것이랍니다.

특이하고 인상적인 부분이 있답니다.
식사 때마다 자리를 비우는 아이를 인내심으로 기다려 주는 줄리어스의 부모 모습.
게다가 식사 때마다 매번 다른 메뉴를 준비하여 줄리어스에게 들으라는 듯이 음식의 이름까지
하나하나 알려주는 모습과 아빠와 엄마가 번갈아가면서 줄리어스에게 음식을 가져다 준답니다.
식사 메뉴가 더 화려하고 고급스러워지기까지 하네요~
이처럼 아이의 무한상상놀이를 중단시키고 식사자리로 내려오기를 강요하지 않고,
아이가 마음껏 즐기고 꿈꿀 수 있도록 하는 줄리어스의 엄마와 아빠.
이런 부모의 허용적인 모습에서 줄리어스의 상상놀이는 날개를 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음식의 이름까지 하나하나 알려주는 엄마 덕분에 줄
리어스는 실재하지 않는 나라지명을 재미나게 만들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럼...줄리어스는 계속 상상놀이를 즐기느라 가족들과 함께 식사시간을 가지지 못했을까요?
뒷 이야기가 궁금하시지요?
책으로 꼭 만나보세요.
아이의 무한 상상력을 자극하는 유쾌한 줄리어스를 만날 수 있을 거예요.
아이가 놀이를 마음껏 즐길 수 있도록 곁에서 지켜봐주고,
그 놀이에 온전히 흠뻑 빠져들어 즐길 수 있도록 기다려 주는 것이
부모의 모습이라는 것을.
놀이를 즐긴 아이는 부모가 부르지 않아도 현실세계로 돌아온다는 것을 강렬하면서도 인상적인 색채로 보여주고 있는
[줄리어스, 어디 있니?] 였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