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우리나라를 방문한 외국인들은 서울이 거대한 세탁소 같다고 말했다는 글을 본 적이 있어요.
개울마다 빨래하는 사람들이 가득했고, 옷을 다듬는 다듬이질 소리가 곳곳에서 울려 펴졌기 때문이랍니다.
지금이야 세탁기 없는 집이 없으니, 개울에서 빨래하는 모습과 다듬이질 소리를 보고, 듣기는 힘든 일이되었지요.

잊혀져 가고 있는 우리 선조들의 빨래하는 모습을 다룬 재미난 그림책을 만났답니다.
빨래라는 노동에서 그치지 않고, 그 과정을 통해서 삶의 방식이 자식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네버랜드 우리 걸작 그림책 <빨래하는 날>인데요.
목판의 거침과 섬세함으로 빨래하는 전체 과정을 잔잔하게 들려주고 있답니다.

큰 집 빨래하는 날!
빨랫감을 잡고 뛰어가는 아이들의 모습이 정겨워 보입니다.
엄마가 집 안 구석구석 빨랫감을 털기 시작하면 우리는 신이 나요.
풀썩풀썩 먼지가 날리고 실오라기가 달라붙어도 웃음이 절로 나지요.

잿물에 삶은 빨래를 이고 냇가로 와서, 빨래를 치대고 방망이로 두들기는 모습이랍니다.
팡팡 두들기고 싹싹 문지르면 정말 빨래가 깨끗해지거든요.
언니랑 나는 엄마가 준 빨래를 말간 물 나오게 헹구는데, 헹구고 짜다 보면 신기하게도 기분까지 말개지지요.
정말..그래요.
헹구고 짜다보면 기분까지 말개지는 경험..저도 많이 하였답니다.

마당은 바람에 펄럭이는 빨래들로 가득차요.
엄마는 빨래 말리는 일을 "햇빛에 밝군다"고 해요.
빨래가 햇볕을 받아 눈처럼 새하얘진다는 표현..참 예쁘네요.
빨래가 마르는 동안 재미난 숨바꼭질을 하느라 빨래 사이로 쏙쏙 숨은 아이의 모습.
행복해 보입니다.
이렇게 햇빛받아 빳빳하게 마른 빨래는 햇빛 냄새까지 풍기네요.
이렇게 끝나는 것이 아니지요.
바짝 마른 빨래는 풀함지에 다시 넣고 조물조물 주물러요.
그래야 때도 덜 타고 구김살이 덜 생기기 때문이랍니다.
풀함지에서 솔솔 풍겨 나오는 풀 냄새..저도 기억납니다.
정말 갓 한 밥처럼 구수했답니다.

풀 먹인 빨래는 장독대에서 저녁 이슬 머금고 꼽꼽해지답니다.

빨래를 밟는 모습이랍니다.
삼대가 함께 빨래를 밟고 있어요.
잘 밟을수록 이슬이 고르게 스미고, 그래야 빨래의 숨이 탁 죽어 구김살이 없어진대요.
밟을수록 발바닥에 닿는 단단한 느낌이 참 신기하게 좋아요.

또드락 똑딱, 또드락 똑딱! 또드락 똑딱, 또드락 똑딱!
이 소리는?? 그래요.
빨래를 다듬잇돌 위에 놓고 방망이로 두들길때 나는 소리랍니다.
두들길수록 빨래가 반질반질해지는데,
두드릴 때마다 그 소리가 다르게 들려요.
들을수록 참 맑고 아름다운 소리예요.
제 기억속의 방망이질 소리도 참 아름답고 맑았던 것 같아요.

방망이질로 끝나는 것이 아니었어요.
밤이면 엄마는 반짇고리를 가져와 조용히 바느질을 시작해요.
뜯어서 빨래한 옷들을 다시 꿰매어 우리에게 입혀요.
바느질을 하면서 엄마는 엄마의 어렸을 적 이야기,
엄마의 엄마 이야기, 그 엄마의 엄마 이야기 들을 들려줘요.
놀면서 엄마한테서 옷 만드는 법, 이불 만드는 법을 배워요.
맞아요.
늦은 밤까지 이어지는 빨래의 과정을 아이들은 함께 하면서 엄마가 해야 하는 수고뿐 아니라,
생활의 지혜를 함께 배워가고 있답니다. 일상의 노동 속에서 그렇게 살아가는 법을 익히며 성장하게 된답니다.
+ 함께 책을 읽어요 +
세탁기가 없었던 시절에는 어떻게 빨래를 하였을까?

냇가에서 빨래 방망이로 빨래를 두들기는 모습을 할머니댁에서 본 적이 있다고 합니다.
할머니댁에는 세탁기도 있지만, 빨래방망이로 가끔 빨래를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답니다.

엄마~ 왜 빨래를 다시 풀을 먹여요? 라고 묻는 은비군.

풀을 먹인 빨래는 장독대에 널어 이슬을 머금도록 해요.
애써 한 빨래를 다시 풀먹이고, 이슬 머금도록 다시 장독대에 널어둔다는 과정이 은비군은 모든게 새롭네요.

다듬이질 하는 모습...재미나게 봅니다.
또드락 똑딱, 또드락 똑딱! 정말 이런 소리가 나는지, 직접 듣고 싶다고 합니다.
어딜가야 다듬이질 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는 걸까요?

삼대가 모여 바느질 하는 장면에서
아씨방 일곱동무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바느질에 필요한 7가지를 아주 재미나게 이야기 하였답니다.

이렇게 빨래를 통해 다시 만들어진 새 옷들.
저고리, 치마, 바지, 두루마기....
머리에서 발끝까지 모두 삶고 빨고, 치대고 두들기고 말리고 밟고,
다리고 꿰매면서 손질한 것들을 보고 있어요.
엄마의 손길, 할머니의 손길, 그리고 햇빛과 바람과 물과 이슬 같은 자연의 손길이 묻어 있어
더욱 예뻐요. 나의 작은 손길도 묻어 있어 더욱 소중해요.
이처럼 <빨래하는 날>은 빨래를 노동으로 보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노동의 가치와 가족이 함께 하는 모습을 통해
생활 교육을 보여주고 있답니다. 우리 옛 문화의 가치를 재미나게 보여주는 <빨래하는 날>.
참으로 멋진 그림책입니다 ^^
+ 책놀이 했어요 +
<빨래하는 날>을 보면서 목판화를 간단하게 아이들과 만들어 보고 싶었는데..
아직은 어린 아이들이라 조각도를 사용하는 것이 많이 힘들어 하네요.
아이들이 원하는 책놀이를 물어보니 바느질이 해보고 싶다고 합니다.
교구중에 바느질을 할 수 있는 바늘과 실, 그리고 모형 조각들이 생각나서 아이들에게 주었답니다.
먼저 바늘에 실을 꿰어볼까요?

오빠가 하는 모습을 잘 지켜보던 단감양.
엄마의 도움없이 바늘에 실을 꿰었어요.

단감양은 배경판에 모양을 만들어 보기로 했어요.
모양조각들을 배경판에 붙이면서 시작했는데,
나무가 되었다가, 뿔달린 도깨비가 된 작품이랍니다.^^
은비군은 무엇을 만드는 걸까요?
생각외로 바느질을 제법 잘 하네요.
바느질을 하는 중간에 무엇이냐고 물어보았더니..
아주 멋진 것이라고만 말하는 은비군.
조금 더 기다려봐야겠어요.

실이 길어서 바늘을 입으로 물고 빼내기도 하고,
무언가를 생각하는지..바늘로 머리를 긁적이기도 해요.ㅎㅎㅎ
짜잔~ 은비군이 완성해서 보여 준 것은?
집이랍니다.

손잡이가 있고, 예쁜 파랑색 창문이 있는 집은 은비군이 바느질로 만들었고,
단감양은 뿔이 달린 도깨비를 만들었답니다.
<빨래하는 날>을 읽고 직접 해본 바느질.
아이들이 바늘을 잡고 무언가를 스스로 만들어 본 것은 처음이였답니다.
바늘에 실을 꿰고, 만들 모양을 생각해 가면서 한 땀 한 땀 바늘을 꽂는 모습이 사뭇 진지했답니다.
간단한 빨래하나에도 수많은 이야깃거리가 담겨 있는 <빨래하는 날>.
한번 만나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