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로 기술 측면에서 바라 본 오픈소스를 경제, 사회, 철학 등 다양한 각도로 바라봄으로써 그 진의를 느낄 수 있게 도와주는 책.
IT 분야의 종사자라면 누구나 알만한 오픈소스의 아버지들이 있다. 빈트 서프, 리누스 토발즈 등이 그렇다. 각각 인터넷과 리눅스의 아버지들이며 책의 말미에 저자가 언급한 바와 같이 그들이 만약 자신의 기술을 독점하여 수익을 얻고자 했다면 세상이 어떻게 변했을지 아찔하다.
오픈이라는 단어에 걸맞게 오픈소스는 전세계에 걸쳐 수많은 사람이 풍요를 함께 나눌 수 있는 원천이다. 그리고 많은 개발자들이 Apache 라이센스를 선호한다. 여기까지가 그간 기술쟁이로써 내가 관심있게 들여다 본 오픈소스의 정체이다.
이 책은 이런 오픈소스의 단순한 의의 그리고 기술을 뛰어넘어 그 안에 숨은 오픈이라는 파워가 갖는 본질 그리고 오픈을 중심으로 모여든 각자의 속내를 조금 더 적나라하게 들여다 본다. 오픈소스를 단순히 기술적인 시각에서 넘어서서 사회적인 측면에서 바라본다.
덕분에 오픈소스를 더욱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고 앞으로의 미래를 조금이나마 그려볼 수 있다는 점이 바로 이 책에 부여할 수 있는 의미가 아닌가 싶다.
알버트 라즐로 바라바시의 “링크”에서는 전 세계 누구와도 6단계 내의 네트워크로 통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세상이 생각보다 작다는 의미이고 이는 오픈이 성공할 수 밖에 없었던 원동력이다. 또한 이런 시선은 오픈을 기술이 아닌 철학으로 들여다봐야 하는 이유라 생각한다.
생각보다 작은 네트워크. 이는 곧 한 인물이 생각보다 많은 인물들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의미한다. 오픈이 마치 무료 봉사처럼 느껴지지만 실은 이 오픈을 통해 세상을 지배하고 선점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열쇠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런 기본 원리는 기업의 생존과 직결된 정책 방향을 결정하는데에도 영향을 미친다. 엘라스틱이나 몽고DB와 같은 오픈소스들이 아마존과 잦은 진통을 겪음에도 결과적으로 아마존이 오픈소스의 위력에 무릎을 꿇는 사례만 봐도 알 수 있다.
마찬가지로 2014년을 기점으로 MS가 오픈소스를 존중하는 비전을 표방한 것도 대표적이다. 결과적으로 깃허브를 인수하고 현재 OpenAI의 최대주주가 되며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오픈 속에 숨은 네트워크의 진의는 클라우드나 SNS의 성장을 이끌었다. 혹자는 SNS를 인생낭비라 비난하지만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SNS가 자신의 혹은 인생의 일부가 되어버렸다. 회사에서 해고되었다는 민감한 사안도 SNS에 올려야 스스로의 충분한 감정 표현이 되는 세상이 되었다.
세상을 주도하는 국가나 기업은 이미 오픈의 위력을 절감하고 나아가 세상을 주도하는 원동력으로 활용하고 있다. 미중 패권 다툼에서 화웨이가 살아남고자 택한 전략이나 중국의 오픈소스 OS 그리고 구글의 오픈소스 컨퍼런스 GSoc를 들여다보면 국가나 기업이 얼마나 오픈의 위력을 여실히 깨닫고 있는지 이해가 된다.
그 외에도 저자는 오픈의 위력과 이를 활용한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구체적이고 흥미로운 사례를 들어 다양한 각도로 설파한다.
오픈을 그저 기술적인 관점으로 바라보거나 도덕적으로 따뜻한 눈빛으로 바라볼 것이 아닌 그 속에 숨은 진의를 절실히 깨닫고 이를 활용할 줄 알아야 하는 시기가 되었다.
아니, 훨씬 예전부터 그런 시각과 그에 입각한 정책, 비전이 필요했을텐데 많이 늦은감이 있다. 그럼에도 지금이라도 더 늦지 않도록 우리나라와 이 책을 읽는 독자에게 여러모로 유익한 경종을 울린다는 점에서 이 책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