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 완독서는 <사주 인사이트>로 결정했다. ‘사주 속에서 내 삶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라는 부제가 그동안 내가 고민해 온 여러 인생 과제에 대한 해답을 줄 것 같은 운명적 이끌림이었다.
어릴 때 엄마로부터 자주 들었던 ‘사주팔자대로 사는 거지’라는 말은 한동안 나의 의식을 지배했지만 그따위 사주 팔자 쯤은 무시하고 살아도 되는 줄 알았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타고난 사주팔자는 과연 어쩔 수 없는 건가? 라는 생각을 참 많이 하게 된다. 운명에 순응하고 현재의 삶에 안주하고 있는 스스로를 위로하기 위해 떠올리는 말일 수도 있는데 나 뿐만 아니라 주변인들을 둘러봐도 타고난 사주팔자를 무시할 수는 없는 것 같았다.
외모와 성격, 재능이 다 다른 것처럼 인간은 저마다 다른 형태의 기운을 갖고 태어나는데 이를 상품 마다 찍히는 고유한 바코드에 비유한 작가의 말에 바로 동의할 수 있었다. 한편 그러한 차이와 다양성으로 인한 특징들을 무시한 채 그저 남과 자신을 비교하며 스스로를 자책하고 시기 질투로 인생을 낭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가 맞고 누가 틀리다의 문제가 아니라 나에게 새겨진 자연의 기운 즉 사주에 따라 나를 얼마나 잘 활용하며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책이다. 사주에 관심이 많았던 사람으로서 <사주인사이트> 속 문장들이 쏙쏙 귀에 들어오고 말마다 무릎을 탁 칠 정도의 깨달음이 찾아왔다.
젊은 시절의 나는 사주 팔자가 정말 미신이나 무속 신앙인줄로만 알았다. 엄마가 사주팔자 운운하실 때마다 ‘그런 게 어딨어 인생은 다 내가 개척하기에 달렸지’ 라고 반항했다. 돌아보면 나의 생각은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린 것이었다. 사주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아이들의 입시를 앞두고 명리철학관을 찾아가면서 부터이다. 아 절대적으로 이것이 미신이나 귀신의 영역이 결코 아니었구나를 깨달은 후 인생을 대하는 자세가 무척 겸손해졌다고나 할까!
하지만 체계적으로 공부나 독서를 해 볼 생각은 차마 못했다. 뭔가 사주를 공부한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 그러나 <사주 인사이트>를 읽으면서 명리학은 내가 나다운 행복을 찾는 방법을 연구하는 학문이구나를 알게 되었다. 나의 미래와 운명을 점치는 그런 단순한 책이 아닌 나를 온전히 들여다볼 기회를 제공하는 책이다. 저자의 말처럼 나를 꼼꼼히 들여다보면 마법과도 같이 모든 고난이 사라짐을 경험케 한다.
인생에서 무작정 좋고 무작정 나쁜 것은 없다는 말은 나의 평소 지론이기도 한데 이 책에도 그 말을 강조한 부분도 ‘아 역시 사주 공부는 인생을 올바로 살아가는 지침 내지는 꿀팀이구나’ 싶었다. 또한 어설프게 사주 속 특징 몇 개 만으로 삶 전체를 함부로 해석하거나 판단하는 오류를 범해서는 안된다는 대목에서는 순간 찔리기도 했다. 책 속 내용 중 몇 개를 외워서 써먹어야겠다는 속마음을 바로 들켰기에 나는 다시 겸손한 자세로 돌아오게 되었다. ㅎㅎ
나의 사주 뿐 아니라 관계속에서 풀어나갈 수 있는 사주의 역할도 중요한 포인트였는데 이 부분은 어떤 자기계발서보다 명료한 솔루션을 주기도 한다.
객관적으로 나를 온전히 돌아보면서 세상의 기운과 인생의 이치에 대해 차분히 생각할 수 있게 한 <사주 인사이트>는 새해 첫 독서로 최고였다. 좋고 나쁘고를 마음대로 단정짓지 말라는 의미로 저자가 인용한 ‘와인오프너의 비유’ 도 정말 절묘했다. 마치 칼이 좋은지 와인오프너가 좋은지는 쓰임새에 따라 결정될 뿐 그 누구도 판단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 책은 사주속에서의 나를 꼼꼼히 관찰하고 거기서 얻은 여러 요소들을 이해한 후 나의 삶을 얼마나 잘 현명하게 꾸려나갈 것인지를 고민하게 한다. 무엇보다 인생에 대한 겸손함과 남과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 우선임을 깨닫게 한다.
이 책의 저자에게 바라는 것이 있는데 사주에 대한 개론서가 나온 만큼 다음 책에서는 실제 사례들을 소개하면서 풀이를 해나가는 일종의 ‘임상사례집’을 내주면 좋겠다. 이 책의 내용 중 우리에게 익숙한 TV프로그램 ‘나는 자연인이다’,‘치즈인더트랩 ’ 이나 영화 ‘스타워즈‘,’인피니티‘, ’8월의 크리스마스‘ 등에서의 캐릭터 분석이 너무 재미있었다. 당연히 재미 뿐 아니라 ’아 이렇게 해석되는구나‘ 라며 이해가 쏙쏙되는 것이 아닌가!
끝으로 남들의 시선에 따라 무언가를 결정하거나, 착한 이미지 유지에 많은 스트레스를 받아온 사람으로서 이 책을 읽으며 느낀 바가 크다. 특히 남과 비교해 내 인생을 자책해 온 것도 반성하면서 내가 갖고 있는 소중한 부분들을 통해 행복해지는 길을 모색하고자 마음먹게 된 통찰의 독서로 기록하며 책장을 덮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