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문학을 전공하는 딸의 영향으로 그림책을 사랑하게 되었다. 자꾸 읽다 보니 요즘엔 그림책에서 감동은 기본이고 강렬한 깨우침마저 얻고 있다. 며칠전 읽은 ‘시모 아바디아’라는 스페인 작가의 <색깔전쟁> 이라는 책은 실로 엄청나다. 인류 역사상 끊이지 않는 전쟁과 폭력이 처음엔 어떻게 생겨나고 어떤 과정을 통해 부풀려지고 마침내 어떤 비극을 맞이하게 되는지를 초록색과 빨간색의 대비를 통해 세상 누구보다 쉽게 설명해주고 있다.
처음에는 아주 작은 심지어 사소했던 차이가 증오와 갈등으로 번져 나갈 때 가장 큰 요소는 서로에 대한 가짜뉴스의 양산이었다. 하면 할수록 진짜처럼 들리는 이 거짓말들이 확대재생산되는 현상은 오늘날 우리의 정치현실과도 맞닿아있어 소름끼친다.
인류 최대의 현안인 전쟁을 색깔의 차이로 비유한 이 책은 많은 글밥이 필요가 없다. 그저 색깔들이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들을 따라가면 저절로 이해가 된다. 전쟁의 본질이라는 것이 이렇게 쉽고 간단하게 설명된다니 약간 허탈한 감이 있다.
하지만 책의 후반부로 갈수록 희망과 평화가 감지되는데 무채색 이라는 게임체인저의 등장으로 초록과 빨강의 화해가 서서히 이뤄진다. 자기만을 고집하기 보다 서로의 좋은점을 발견하기 시작하면서 마무리된다. 인류평화라는 거대한 가치도 결국은 이렇게 간결하게 정리될 수 있는 것이었다. 아이들만이 아닌 어른들에게도 큰울림을 주는 소장각 그림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