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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드리의 서재
  • 그림을 닮은 와인 이야기
  • 정희태
  • 19,800원 (10%1,100)
  • 2022-05-22
  • : 426

지금은 성인이 된 우리 아이들이 어렸을 때 유럽의 미술관 투어를 많이 다녔는데 명목은 아이들을 위한 교육적 차원이었으나 사실상 엄마인 내가 더 설렘이 컸었다. 텍스트나 이미지를 통해서 접해본 거장의 작품들을 실제로 보았을 때의 가슴 벅참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었다. 그림을 사랑하게 되고 프랑스를 사랑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와인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하지만 제대로 술맛을 모르는데다 책으로 배우는 와인공부는 어렵기만 했고 어쩌다 접하게 되는 전문가들의 와인 강의에서도 실망하기 일쑤였다. 현학적인 강의가 주는 거리감에다 고가의 와인이 정석인양 이야기하는 대목에서는  살짝  거부감마저 들었기 때문이다. 마치 저 어려운 용어와 섬세한 테이스트를 이해하지 못하면 와인을 음미할 자격이 없나 하는 생각이 들기에 이르렀다. 한동안 와인에 대한 관심은 자의반타의반 내려놓고 아무 생각없이 와인을 사기도 하고 마시기도 하며 지냈다.


그런데 <90일밤의 미술관 루브르>라는  책의 인스타 라이브 방송을 우연히 접했는데 당시 직접 파리 현지에서 루브르에 대한 설명을 진행한 저자 중 한 분인 정희태 선생이 와인에 관한 책을 냈다는 소식을 접하고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고 바로 예약 구매를 눌러버렸다. 그가 1시간 넘게  인스타 라방에서 보여준 실력과 성실함, 자상함을 익히 알고 있었기 때문에 바로 팬이 되어 버렸던 것이다.

하지만 그가 과연 와인 전문가로서 그림과 와인을 어떻게 매치시켜 놓았을까,  그간 읽었던 나를 좌절하게 만든 와인책은 아닐까 하는 기대감 반 우려반으로 책을 기다렸다.


 1장 와인과 미술에 담긴 가치, 2장 작품과 와인에 스며든 감정, 3장 명화속 와인 등  3개의 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각 장마다 키워드를 줘가며 와인과 그림을 절묘하게 연결하고 있다. 그 연결이 얼마나 절묘하던지 읽는 내내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림의 역사를 와인의 역사와 연결한다든지, 그림의 기법을 와인의 제조과정에 비교한 것이라든지, 화가의 인생과 와인의 탄생 비화를 소개한 부분에 이르기까지....작가의 꼼꼼한 자료 수집은 기본이거니와  각 소제목 별 키워드가 와인과 그림을 한데로 묶어내기에 너무 적절했다. 후반부에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방혜자 화백의 작품이 나와 반가웠는데 그녀의 작품이 젊은 와인 생산자에 의해  와인 라벨로 디자인되었다고 하니 이또한 미술과 와인이 점점 한 몸이 되어 가는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부분을 포착해낸 작가의 센스도 돋보였다.


그림에 대해 제법 안다고 생각해왔지만 정희태 작가의 해설을 읽다보니 몰랐거나 흥미로운 사실까지 발견하는 건 덤이었다. 무엇보다 와인이 단순한 술이 아니라 우리 삶을 이야기하고  깨달음에도 다다를 수 있게 하는  인문학적 오브제로 각인시켜준 저자의 말에 깊은 공감을 하게 되었다. 


와인과 그림에 관한 한 어떠한 허세적 대화 상황에서도 이 책의 독자라면  결코 기죽을 일은 없을 것 같다. 거대담론은 전문가에게 맡기고 독자들은 이 책과 함께 마음 편안하게 독서 여행을 떠나볼 것을 권한다. 개인적으로 수많은 책을 구입하고 읽지만 가끔씩 책꽂이 미니멀리즘을 실천하다 보면 버릴 책들이 무지 나온다. 읽고 버려도 되는 책과 영원히 소장해야 될 책으로 편의적 구분을 하는 편인데 이 책은 책꽂이 미니멀리즘을 적용해도 끝까지 살아남을 책일 듯하다. 꼭지마다 지식 전달외에 저자가 말미에 권유하는 멘트마저 소중하게 다가온다. 나는 이런 겸손한 작가, 예의바른 작가가 좋다. 독자에게 꼰대성 멘트 날리는 저자는 딱 질색인 편이라 ㅎㅎ


저자의 당부대로 그림과 와인 속에서 좋은 사람들과 함께 인생을 나누는 것을 최고의 힐링으로 여기리라 맘먹고 이 소중한 책장들을 덮는다.  또 한가지!  누구에게 선물해도 취향저격일  책이므로 너얼리 너얼리 퍼뜨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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