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 리뷰: 1년 후 죽기로 결심한 여자, '죽기' '살기'가 되다.
컨텐츠 활용: 영화와 뮤지컬로 제작되기 좋아요.
대신, 뻔할지도 모르는 내용의 연출을 얼마나 공감되게 표현하느냐가 중요할 것 같아요 :-)
R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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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 아홉 되던 해 1월.
저는 누군가의 생일 축하 자리에
아이러니하게도 제목에 '죽기로 결심' 했다는 책을
가방 속에 잘 넣어두고 겨울 기차에 몸을 실었습니다.
누군가의 '태어남'과 누군가의 '죽음'이 모두 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오묘한 순간이었죠.
창 밖으로는 꿈을 향해 일하던 건물들의 모습도 지나갔고
이제는 더 이상 개인적으로 발길이 닿을 일 없을 것 같은 지역의 풍경도 반갑게 지나갔습니다.
그리곤 창가에 걸려진 가방 속의 책을 보며 생각했습니다.
'이 여자는 왜 죽기로 결심했을까?'
물론 결과적으로 살아있으니깐, 실화를 책으로 펴낼 수 있었겠고
또 희망적인 결말이 담긴 이야기라는 건 책을 펼쳐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첫 장, 스스로에게 생일 축하를 불러주는 주인공을 보면서
왜 청승맞다는 생각이 아니라 공감의 아련함이 느껴졌을까요?
주인공은 스물 아홉에, 뚱뚱하고 못생겼으며 파견사원으로 일하고 애인과 친구도 없습니다.
스물 아홉 생일날, 죽을 결심을 하지만 그 순간, 마치 신이 그녀에게 일러주듯이 라스베이거스의 모습을 TV로 보여줍니다.
그리고 그녀는 1년 후, 그곳에서 모든 것을 누리며 자살하기로 결심합니다.
즉, 죽음의 시기를 스스로 1년 뒤로 정한 것이죠.
그리고 그녀는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스스로 움직이고, 관계 맺으며, 깨닫고 성장해 나갑니다.
그리고 결국 목표를 실천하게 되죠.
하지만, 5달러로 인해 인생에서의 죽음은 '아마리' 즉, '나머지·여분'이 됩니다.
그 5달러란 과연 무엇이었을까요? :-)
가장 빨리, 가장 쉽게 읽힌 책 중 하나였고
실화라는 게 놀라웠던 책이였습니다.
내용이 정말 '드라마틱' 하기 때문이죠.
실제로, 이 책을 보고 이렇게 될 거라 믿고 허황된 꿈을 바라는 사람들이 생길까봐 걱정이라는 글도 몇몇 봤습니다.
저도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나의 인생이 1년 밖에 없다면 정말로 가능하지 않을까요?
죽음을 앞둔 사람에게 무엇이 두렵고 무엇이 아까울까요.
그리고 그렇지 않더라도, 주인공처럼 그렇게 열심히 산다면
목표는 이루어질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책을 덮고, 가장 먼저 생각났습니다.
'어제의 난, 휴지조각 같은 시간이었을까?'
누군가의 삶에 자신의 인생을 기대고 있었고,
휴지조각 같은 인생을 살았다는 내용이 기억에 남습니다.
저 역시 그랬기 때문이죠.
열심히 살았다고 말해 볼 만한 인생이 아직은 없는 것 같습니다.
이별 후에 왔던 상실감은 '사람에 대한 상실감'이 아니란 것도,
'내가 내 모습이 없는데, 어떻게 남이 나를 사랑할 수 있을까' 라는 걸 깨달은 것도
오랜 시간 뒤에 찾아왔습니다.
그리고 그 예전의 시간들을 떠올려 보니, 바람에 나폴거리는 휴지조각 같았죠.
'열심히 산다는'거 참 어렵습니다.
그런데 주변에는 그런 사람들이 어찌나 많은지 모르겠습니다.
모두 저 빼고 열심히 사는 것 같기 때문이죠.
그런데 그들 모두 꿈을 향해 가는 걸까요, 살아있기에 살아가는 걸까요?
저도 열심히 살아보고 싶어서,
한 발 한 발 내딛고 있습니다.
고칠 것도, 스스로 바껴야 할 것도 많은 '저' 이더군요 :)
마침, 책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길 위에 올라선 자는 계속 걸어야 한다"(p.127)
새벽녘의 꿈에서도 걷고 있는 저이길 스스로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