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굴 개굴 개굴. 먀야아아아옹 먀아아아아아옹.
이소리는 내가 비오는날 단한번도 들어본적이 없는소리다. 비오는날에는 차가 차도를 썡 지나면서 튀기는 물 소리가 거의 전부. 후두둑 떨어지는 소리가 아주 조금. 에어컨 바람이 주는 습기 없는 바람.
주말에는 이사를 했다. 4대문 안에 오래된 주상복합 2층에 있는 창고를 조용한 동네 단독주택으로 넓혀 갔다. 전에 있던 곳은 웹툰 이끼같은 곳이라 지내면서 극한의 스트레스를 받았는데 옮기고 와 진짜 힘들었다 하고 짐 정리를 마치고 새로운 눈으로 보니 추적자 같은곳이 아닌가.
인생의 대부분을 아파트 살았다고 봐도 과언이 아닌데 집안에서 먀아아아아옹 소리를 들으면서 갈색몰딩과 낡은 문짝을 보니 공포가 업습한다. 문앞 지붕 슬레이트에 떨어지는 이 빗소리는 또 무엇인가. 2층에는 멀쩡한 가족이 살고 있고 대학로 줄기라 동네는 아담하면서 조용하고 운치 있는 커피숍과 식당도 많다. 35년간 독설가로 살아왔고 하면 안되는게 뭐 없을껄 배려하는척하면서 뭐 그게 어려워 했던 했던 내 자신이 처음으로 부끄러워지면서 별것 아닌데서 공포는 느끼는 내가 참 바보같다.
집으로 오는 전철에서 사람이 처음으로 무서워 보였다. 멀쩡한 전철 안 사람들속에 추적자의 하정우가 있을까봐 보다보니 전부 다 정말 무서웠다. 눈은 푹 패인거 같이 좀비 같아 보이는 사람들.
로드 생각이 났다. 내가 마치 카트 양쪽에 사이드미러를 주워 붙이고 사방을 살피며 걷는 로드의 아버지 같았다. 로드의 아빠는 늘 이런 심정이었겠지. 똑같은 도로를 걷는듯 하지만 잿빛길에서 조금이라도 다른 사람의흔적과 음식물을 감지하는 늘 예민한 감각. 코맥 맥카시가 오랫동안 힘들게 살았다는 말만 들었다. 오늘 내가 고작 겪은 작은 공포를 맥카시는 담담하게 난 이렇게 살았어. 늘 사방을 살피면서 말이야. 그냥 읽지마 마음에 새겨. 하는거 같았다.
로드의 세상을 상상해봤었다.잿빛하늘과 같은색깥의 바다. 서로가 서로를 잡아먹는 인간의 일상. 그리고 정처없이 걷는 아들과 남자. 그저 상징으로서 소설을 이해했다. 벅찬감동을 느끼면서도 그저 인간은 그래 서로를 밟고 일어서고 못잡아 먹어 안달이지 그래 그리고 무작정 앞으로 가잖아. 왜 살까 그냥 죽고말지 하는 생각이 드는 사람들 역시 앞으로 가잖아. 이렇게 피상적으로 이해했다. 나는 내가 부끄럽다. 소설을 읽고 함부로 재단하고 사람이 그런거지 뭐. 하고 인간이란 그런거야. 하고 머리로 이해했던 내가 부끄럽다.
친구가 어떤 환경에 처해 있는지도 모르고 왜 그러냐. 뭘 그렇게 스트레스 받아. 어떤 방에 사는지 비가오는날은 어떤소리를 듣는지, 평소에 어떤 골목에서 어떤사람을 마주치는지 생각지도 않고
쉽게 말했다. 내 평생 그렇게 살았다. 앞으로 나는 어떤말을 할 수 있을까. 앞으로는 그 친구의 방을 상상해 보리라. 곰팡이가 피진 않았을까. 말없이 친구의 방을 청소해주는 사람이 될수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갈색몰딩을 떠올리니 갑자니 오한이 오는 나는 오늘 정말로 내가 너무나 부끄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