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내 인생의 지침서가 되어줄 책이라고 생각한다.
몇 년 전에 데미안을 이미 한 번 읽은 적이 있다.
그때는 인생을 살면서 방황이라는 것을 겪어 본 적이 없었고,
내 인생은 앞으로 평탄하게, 아무런 고비를 겪지 않고 흘러가리라 굳게 믿을 때 였다.
그때 읽은 데미안은 내 마음에 크게 와닿지 않았고,
솔직히 무슨 내용인지 이해를 하지 못했다.
읽으면서도 계속 지루해 했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책을 읽었으나, 읽은 기억만 있고 아무것도 남은 것이 없었다.
하지만 현재 방황하며 난생 처음으로 큰 고비를 겪고 있는 지금
이 책을 다시 읽어보니 모든 문장이 마음에 콕콕 박혀서 읽는 것을 멈추기가 힘들었다.
내가 고민하는 것 내가 괴로워 하는 문제들을 어떻게 이렇게 잘 이해해주고 알맞은 조언을 해줄 수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사람들이 이름을 들으면 좋은 학교라고 생각할 만한 곳에서 석사 학위를 얻었다. 그 학교에서 석사를 하면 무조건 좋은 곳으로 취직이 될 거라는 그런 학교이다. 하지만 나는 그 학교에서 석사를 했던 것을 무척이나 후회하고 있다. 학교 이름이 뉴스에 나오면 당장 그 자리를 피하고 싶을 만큼 악몽같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내가 그 학교를 다니면 나의 꿈을 펼치며 많은 것을 배우리라 생각했지만 예상과는 다르게 무엇인가 턱 막힌 것처럼 내 뜻대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감만 느꼈었다.
졸업을 한 이후에는 그 무력감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많은 고민을 하고 방황도 하고 있다. 사회에서 나에게 바라는 길, 머리로는 나도 그 길을 따라야 하는 것을 알지만 마음이 도저히 내키지 않는 길. 하지만 섣불리 마음이 따르는 대로 했다가 정말 모든 것이 잘못되어 버리면 어떻게 해야할까 하는 마음도 들었다.
하지만 데미안을 읽으며 어느 정도 해답을 얻은 것 같다.
모든 길을 좋은 것만 있을 수는 없고
또 나쁜 것만 있을 수도 없는 것 같다.
그러니 그냥 순간순간 내 마음이 따르는 대로 가는 것이 정답이 아닐까 생각한다.
물론 데미안을 읽었다고 해서 모든 정답을 명쾌하게 얻은 것은 아니다. 아직은 어떻게 해야 나의 무의식에 도달할 수 있는지 알 수 없고, 수많은 선택 앞에서 내 우유부단한 마음을 잡아주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어떤 길을 선택해도 행복하지만은 않을 것이고
그렇다고 또 불행만 있지는 않을 것이니
마음이 따르는 대로 선택하고 그 후에 따르는 결과는 겸허하게 받아들이자.
+ 이 책의 해설 부분에서 헤세의 편지을 인용한 내용이 마음에 들었다.
“우리 시대는 더 섬세한 젊은이들을 힘들게 합니다. 어디서나 인간을 획일화하려 하고, 그들의 개인적 특성을 가능하면 잘라내려 합니다. 영혼은 그에 맞서 항거하는데 그건 정당한 일이죠. (...) 그것을 진지하게 여기는 사람은 그런 체험들을 극복하고, 그가 강한 사람이라면 그는 싱클레어에서 데미안이 되는 것입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어릴 때부터 주입식 교육의 영향으로 인간을 획일화하려하는 환경에 노출된 사람들이 많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러한 환경에서 내 스스로의 영혼을 지키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스로의 영혼을 지켜 남들과는 다른 삶을 살더라도 망하지 않는 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으면 좋겠다. 나와 동시대를 살아가는 수많은 싱클레어들, 화이팅!
인간은 누구나 저 자신일 뿐만 아니라 세상의 현상들이 교차하는 지점, 단 한 번 뿐이고 아주 특별한, 어떤 경우에도 중요하고 특이한 한 지점이다. 단 한 번만 그렇게 존재하는, 두 번 다시는 없는 지점이다. 그래서 각자의 이야기는 소중하고 영원하고 거룩하며, 그래서 어쨌든 아직 살아서 자연의 의지를 충족시키는 인간은 누구라도 극히 주목할 만한 경이로운 존재인 것이다.- P8
모든 사람의 삶은 제각기 자기 자신에게로 이르는 길이다. 자기 자신에게로 가는 길의 시도이며 좁은 오솔길을 가리켜 보여준다. 그 누구도 온전히 자기 자신이 되어본 적이 없건만, 누구나 자기 자신이 되려고 애쓴다. 어떤 이는 둔하게, 어떤 이는 더 환하게, 누구나 제가 할 수 있는 방식으로. 누구나 제 탄생의 찌꺼기를, 저 근원세계의 점액질과 알껍질을 죽을 때까지 지니고 다닌다. 어떤 이들은 결코 인간이 되지 못하고 개구리나 도마뱀이나 개미로 남아 있다. 어떤 이들은 상체는 인간인데 하체는 물고기다. 하지만 누구나 인간이 되라고 던진 자연의 내던짐이다. 그리고 모든 사람의 기원, 그 어머니들은 동일하다. 우리는 모두 같은 심연에서 나왔다. 하지만 깊은 심연에서 밖으로 내던져진 하나의 시도인 인간은 누구나 자신만의 목적지를 향해 나아간다. 우리는 서로를 이해할 수는 있지만, 누구나 오직 자기 자신만을 해석할 수 있을 뿐이다.- P9
"사람은 그 누구도 두려워할 필요가 없는데 말이지. 누군가를 두려워한다면, 그건 그 사람에게 자기를 지배할 힘을 내주었기 때문이야."- P48
내 어린 시절에 대해, 아버지와 어머니 곁의 안전함, 부모님을 향한 사랑, 온화하고 밝고 좋은 환경에서 충분히 놀면서 보낸 그 시절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멋지고 다정하고 사랑스러운 일이 되리라. 하지만 내 관심을 사로잡는 것은 내가 나 자신에게 이르기 위해 내디딘 삶의 발걸음들뿐이다. 모든 아름다운 쉼표, 행복의 섬과 낙원, 그 매력을 나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그것들을 먼 광채 속에 그대로 놓아둘 뿐, 그곳으로 한번 더 들어갈 마음은 없다.
그러므로 어린 시절의 이야기를 계속하면서 나는 내게 일어난 새로운 일, 나를 앞으로 몰아가고 또 멀이 떼어낸 일들만을 이야기하겠다.
그런 자극들은 언제나 ‘다른 세계’로부터 왔으며, 그것은 언제나 두려움과 강제와 양심의 가책을 함께 가져왔다. 그것은 늘 혁명적이었고, 내가 기꺼이 머물고 싶던 평화를 위협했다.- P59
"동물이든 사람이든 모든 주의력과 모든 의지를 특정한데 집중하면 거기 도달하는 거야. 그게 다야."- P68
그렇다 해도 이번의 ‘밝은 세계’는 어느 정도 나 자신이 만들어낸 것이었다. 그것은 어머니에게로 도망쳐 책임감 없이 안전함 속으로 기어들어가는 일이 아니었다. 나 자신이 만들어내고 요구한 새로운 복부였으며, 책임과 자기 기율을 갖춘 것이었다.- P97
"새는 힘겹게 투쟁하여 알에서 나온다. 알을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한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을 아프락사스다."- P110
자신을 다른 사람과 비교할 때면 자주 자부심에 넘치고 오만했지만, 또 그만큼 자주 기가 죽고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이따금 나 자신이 천재 같다가도 이따금은 절반쯤 미친 것 같았다. 또래 친구들의 기쁨과 삶을 함께 누리는 일이 내게는 잘되지 않았다. 내가 희망 없이 그들에게서 멀리 떨어져 있는 것만 같아서, 삶이 내게는 닫혀 있는 것만 같아서 때때로 스스로를 비난과 근심으로 괴롭혔다.- P131
"자넨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지." 그가 말했다. "음악이 도덕적이지 않아서 좋다고 말이야. 좋을 대로. 하지만 자네 자신도 도덕가가 되어선 안 되는 거야! 자신을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지 말게. 자연이 자네를 박쥐로 만들었다면 스스로 타조가 되려고 해서는 안 돼. 자넨 이따금 자신을 괴짜라 여기고 대부분의 사람들과는 다른 길을 간다고 스스로를 비난하지. 그런 짓을 말아야 해. 불꽃을 들여다보게, 구름을 올려다보게. 예감이 나타나면, 영혼 안에서 목소리가 말을 시작하면 그 소리에 자신을 완전히 내맡기고, 그것이 선생님이나 아버지 또는 그 어떤 신에게 어울리는 일일까 묻지 말게! 그런 질문은 자신을 망칠 뿐이니까. 그랬다가는 보행자 도로를 걸으면서 화석이 되고 말지. 친애하는 싱클레어, 우리 신의 이름은 아프락사스야. 그 신은 신이며 동시에 악마지. 자기 안에 밝은 세계와 어두운 세계를 동시에 지니고 있어. 아프락사스는 자네의 생각 그 어느 것고, 자네의 꿈 그 어느 것도 반대하지 않아. 이 사실을 절대로 잊지 말게."- P132
"지금 사람들의 함께하기란 그냥 패거리 짓기일 뿐이야. 사람들은 서로서로가 두려워서 서로에게로 도망치는 거지. 신사들은 신사들끼리, 노동자들은 노동자들끼리, 학자들은 학자들끼리 말이지! 그럼 그 사람들은 어째서 두려워하느냐? 인간은 자기 자신과 하나가 아닐 때만 두려움을 갖는 법이야. 자기 자신을 전혀 모르기 때문에 두려움을 느끼는 거지. 그러니까 자기 안에 있는 모르는 존재를 두려워하는 사람들끼리의 공동체인 거야!"- P163
대학생들이야 술판을 벌이고 얼굴에 문신을 하라지. 세상이야 썩어빠져서 붕괴를 기다리라지. 그게 나하고 무슨 상관이냐! 나는 오직 내 운명이 새로운 모습으로 내게 다가오기만을 고대했다.- P166
"그렇죠. 누구나 자신의 꿈을 찾아내야죠. 그러면 길이 쉬워져요. 하지만 언제까지나 지속되는 꿈은 없어요. 지난 꿈을 밀어내고 새로운 꿈이 나타나죠. 그 어떤 꿈도 꼭 붙잡으려 해서는 안 돼요."- P171
"당신 스스로도 믿지 않는 소망에 매달려선 안 되죠. 당신이 무엇을 바라는지 알아요. 그 소망을 포기하거나 아니면 제대로, 올바르게 소망해야 해요. 당신 스스로 그 실현을 온전히 확신할 수 있는 방식으로 원할 수 있다면 실현도 가능할 거예요. 하지만 당신은 소망한 다음에 다시 후회하면서 두려워하죠. 그 모든 것이 극복해야 할 일이에요."- P1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