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 너머, 사람을 만나다
김영우 / 지와수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나이가 들고 사회를 보는 시야가 조금씩 넓어지면서, 내 삶의 팍팍함 너머 타인의 아픔이 눈에 들어오는 순간들이 있더라고요. 사회 초년생 때는 당장 내 앞가림을 하느라 우리 사회의 보이지 않는 곳에 선 이들을 돌아볼 여유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오랜 시간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관계의 깊이를 고민하다 보니, 결국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은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이들이 어떻게 공존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걸 깨닫게 되었습니다.
오늘 소개할 책, <경계 너머, 사람을 만나다>는 피상적으로만 알고 있던 탈북민, 특히 스무 살도 되기 전에 국경을 넘어온 탈북 청소년들의 진짜 삶을 조명합니다. 분단국가에 살면서도 정작 그들의 내면세계에는 무관심했던 우리에게 묵직한 질문을 던지는 책입니다.
환영사 뒤에 가려진 조난자들의 사투
책의 저자는 십수 년간 전 재산을 투자해 해솔직업사관학교를 세우고 탈북 청소년들과 함께해왔습니다. 저자가 책의 첫머리에서 가장 강조하는 것은 그들이 겪는 지독한 정체성의 혼란입니다. 우리와 같은 식당에서 밥을 먹고 같은 대중교통을 이용하지만, 아는 사람 하나 없는 낯선 땅에서 그들은 철저히 혼자입니다. 북한 영해도, 남한 영해도 아닌 먼바다 공해상에 떠 있는 조난자와 같다는 표현이 유독 마음에 박히더라고요.
기아와 죽음 앞에 서 있는 사람에게 어떤 이념이 중요하냐고 묻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 걸까.

이해와 치유가 먼저다
탈북민을 향해 거창한 환영사를 건네지만, 정작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정치적인 수사나 동정이 아닙니다. 책을 보면 해솔직업사관학교는 탈북 청소년들에게 학력이나 기술을 가르치기 이전에 육체적 건강의 회복과 정신적 치유를 교육의 출발점으로 삼습니다.
오랜 굶주림과 생사를 넘나드는 탈북 과정에서 얻은 깊은 트라우마를 보듬지 않고서는 그 어떤 미래도 그릴 수 없기 때문입니다. 사람을 키워내고 온전한 자립을 돕는 과정은 결국 마음의 상처를 먼저 들여다보는 일에서 시작된다는 진리를 저자의 묵묵한 발자취를 통해 다시 배울 수 있었습니다.
일차 관문을 통과하면 통일부 산하에서 운영하는 '하나원'에서 3개월 동안 교육 훈련과정을 거친다.
내 곁의 이웃을 품는 작은 연습
이제 탈북의 길은 예전처럼 넓게 열려 있지 않고, 먼저 온 통일의 문은 사실상 닫히고 있다고 저자는 진단합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명확해집니다. 이미 우리 사회에 들어와 있는 탈북민들이 온전히 뿌리내릴 수 있도록 돕는 것이죠. 이념과 체제를 넘어, 그저 낯선 경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치는 한 사람의 인간으로 그들을 마주하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탈북 청소년들은 대부분 학력 공백이 있다. 북한에 있을 때 학교를 중단한 경우도 많고, 중국에 체류하는 동안에는 당연히 공부를 할 여건이 안 되었다.
내 매일 주변의 좁은 울타리만 바라보며 치열하게 살았던 시간이었다면 이제는 시선이 조금 더 넓고 따뜻하게 세상을 향하길 바랍니다. 인공위성 사진처럼 밤이면 어둠에 잠기는 북한의 현실을 넘어 지금 우리 곁에 웅크리고 있는 조난자들의 외로움에 여러분은 어떤 빛을 비춰주고 싶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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