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혼식 / 깊은 사랑
루시 모드 몽고메리 / 북도슨트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대학 생활과는 달리 직장 생활을 하면서 결혼식 청첩장을 받으면 축하가 아니라 축의금 액수부터 고민하고 소개팅이 들어오면 상대방의 조건부터 따지게 되더라고요. 사회생활 10년 차가 넘어가니 인간관계도 자꾸만 가성비와 효율을 따지게 됩니다. 이 사람에 쏟는 시간이 나에게 득이 되는지를 고민하는 제 모습이 때론 씁쓸하기도 했습니다.
오늘 소개할 책은 우리에게 <빨강머리 앤>으로 유명한 루시 모드 몽고메리의 숨겨진 단편 두 편을 엮은 작품입니다. 1909년, 무려 100년도 더 된 이야기지만, 이해타산에 지쳐 마음의 문을 닫아건 직장인들에게 '사랑의 본질'이 무엇인지 물어보는 책입니다.
기브 앤 테이크를 넘어선 기적
첫 번째 이야기 <금혼식>의 주인공 러벨은 15년 만에 옛집을 찾아옵니다. 그를 기다리는 건 친부모가 아닌, 고아였던 자신을 거두어준 부부였죠. 사실 사회에서 만난 인연들은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지기 마련입니다. 저 역시 바쁘다는 핑계로 고마운 분들에게 연락조차 드문드문하게 되는데요.
하지만 러벨은 노부부가 가장 비참해질 수 있는 순간, 가난으로 인해 보호시설로 들어갈 위기에 처한 결혼 50주년 기념일에 나타납니다. 연차가 들수록 알겠더라고요. 진짜 내 사람은 내가 잘 나갈 때 박수 쳐주는 사람이 아니라, 내가 바닥을 쳤을 때 조용히 손을 잡아주는 사람이라는 것을요. 러벨의 등장은 계산적인 관계에 익숙해진 우리에게 '대가 없는 마음'이 얼마나 큰 기적을 만드는지 보여줍니다.
정말로 샐리 아주머니와 톰 아저씨를 한 번 더 보고 싶었어요. 그분들이 얼마나 다정하게 잘 대해주셨는지, 저는 결코 잊지 못할 거예요.

사랑하기 때문에 떠난다는 말의 무게
두 번째 이야기 <깊은 사랑>은 조금 더 복잡한 남녀의 심리를 보여줍니다. 마을의 난봉꾼 폴과 순수한 처녀 조앤. 누가 봐도 어울리지 않는 이 관계에서 폴은 냉혹한 현실을 직시합니다. 나이가 들면서 연애는 더 이상 불타는 감정만으로 지속될 수 없다는 걸 잘 알게 되죠.
하지만 작가는 묻습니다. '구원의 희생'을 치르는 주체가 누구이며, 왜 그래야만 하는지를요. 남들이 규정한 잣대가 아니라, 내가 직접 겪고 느낀 그 사람의 진심을 믿는 용기. 내가 갖고 싶은 것을 쟁취하는 것보다, 상대방을 위해 욕심을 내려놓는 것이야말로 진짜 '어른의 사랑'이 아닐까요?
폴의 시선이 이따금 눈앞에서 조안에게 옮겨가곤 했다. 그러면 조안은 항상 고개를 들고는 세상에 그 두 사람만 존재한다는 듯 폴의 눈을 마주 보았다.
내 삶을 지탱하는 단단한 사랑의 기억
몽고메리는 첫 장편소설을 발표하기 전, 조부모를 보살피고 가정을 꾸리면서도 500여 편의 단편을 써냈다고 합니다. 그녀의 치열했던 삶이 녹아 있어서일까요. 이 책의 문장들은 화려하지 않지만, 관계에 지친 마음에 깊은 울림을 주더라고요.
차 한 잔과 함께하는 독서의 즐거움을 오롯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러벨처럼 계산 없이 베풀어보기도 하고, 폴처럼 누군가를 위해 물러설 줄 아는 용기를 묵상해 볼 수 있었어요. 당장은 손해 보는 것 같고 바보 같아 보일지 몰라도, 결국 그 사랑이 돌고 돌아 메마른 우리 삶을 구원할 테니까요.
폴은 정말 쓸모없는 건달이었고 이후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자신에 대해서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저의 젊은 시절은 늘 손해 보지 않으려 애쓰는 시간이었지만, 여러분은 조금 더 넉넉한 마음으로 사람을 대하며 그 안에서 오는 뜻밖의 기쁨을 누리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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