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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함께 느림이 있는 삶
  • 우리 신, 우리 괴물 2
  • 송소라
  • 18,000원 (10%1,000)
  • 2025-09-26
  • : 480

우리 신, 우리 괴물 2

송소라

페이퍼타이거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파묘>를 보고나서 영화가 쏘아올릴 한국적 오컬트와 토속 신앙에 대한 관심이 자연스럽게 많아졌다. 저자는 고전문학을 연구하는 젊은 학자답게 영화적 상상력의 뿌리가 되는 고문헌과 구비문학 속 괴물들을 지금의 언어로 생생하게 되살려낸다.

이 책의 2장에서 다루는 원귀 이야기가 유독 마음에 들었다. 책에 따르면 문헌 속 원귀들은 무작정 사람을 해치려는 악독한 존재가 아니다. 그들은 자신의 억울한 사연을 들어줄 담대한 수령을 기다리며 구천을 떠돈다.

와라진 귀신은 머리가 세 개이고 꼬리가 아홉 개인 '삼두구미'라는 괴물로도 불립니다.

본문 중에서

그들이 원한 것은 잔혹한 피의 복수가 아니라 자신의 고통을 있는 그대로 들어주고 공감해 줄 단 한 사람의 존재였던 것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나 조직에서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 소리 없는 비명을 지르는 수많은 '을'들이 바라는 건 거창한 보상이 아니라 진정성 있는 경청과 인정이라는 사실을 수 백년 전의 귀신 이야기가 보여주는 것 같다.

한국의 도깨비는 일본의 오니처럼 뿔이 달리고 무시무시한 형상이 아니라 김 서방이라 부들면 대답하고 고기 냄새를 풍기며 씨름을 걸어오는 친근하고 헐렁한 존재들. 저자는 도깨비가 주는 행운과 불운이 그들의 단순하고 장난기 많은 성격에서 기인한다고 설명한다.

원귀들은 대개 자신이 죽은 당시의 모습 그대로 이승을 떠돌고, 사람들 앞에 나타나곤 합니다.

본문중에서

변신하는 요괴 편에서는 해골을 머리에 쓰고 '독독독독' 긁으며 사람으로 변신하려는 여우의 이야기나 내 손톱을 먹고 나와 똑같은 모습으로 나타난 쥐의 이야기는 어릴적 들어본 이야기다. 저자는 요괴의 변신에 속지 않고 맞서는 용기와 맑은 정신을 강조한다.

원귀의 이야기도 들어줄 수 있는 여러분이라면, 가까운 친구나 가족 혹은 낯선 사람이라는 이유로 나를 편하게 여기는 이의말도 얼마든지 경청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본문 중에서

영화 파묘 속 주인공들이 험한 것에 맞서 싸우며 땅의 상처를 치유했듯이 내 삶을 가로막는 시련들, 이해할 수 없는 타인들, 내 안의 불안이라는 괴물들이 실은 나를 성장시키고 나를 주인공으로 만들기 위한 장치였다면 어떨까. 탄탄한 고증으로 만난 한국의 괴물의 이야기를 만나서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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