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 Book Review ::
괴물과 피해자의 경계
소년 농성
구시키 리우
블루홀식스
<소년 농성>은 15세 소년 마세 도마가 살인 누명을 쓰고 경찰의 추격을 피해 어린이 식당을 점거하며 벌어지는 서스펜스 미스터리 소설이다. 도마는 자신이 결코 죄를 짓지 않았다고 주장하면서 진짜 범인을 잡으라고 요구한다. 어린이 식당에 갇힌 아이들과 마주한 식당 사장 쓰카사는 아이들을 지키겠다는 의지로 도마와 맞선다.
이 소설은 범인을 찾는 추리물이 아니라 아이들이 소외되고 방치되는 사회 시스템에 대한 고발이기도 하다. 도마가 저지르는 행동들은 개인적인 악의가 아니라 그를 키워낸 무관심한 사회의 왜곡된 결과물인 것이다.
변태는 둘째치고 살인자가 돌아다니면 위험하잖아. 여기 짭새는 아무 기대도 안 되니까 말이야
본문 중에서
<소년 농성>에서는 사회 전반에 만연한 무관심과 무책임함을 상징하는 대사들이 다수 나온다. 경찰을 향한 냉소뿐만 아니라 중대한 범죄만 문제시하고 상대적으로 흔한 경범죄나 변태 행위는 둘째치고 넘어가버리는 사회의 태도는 결국 더 큰 불안을 키우게 된다.
어느 날 갑자기 아이가 사라져도 신경 쓰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본문중에서
더욱 심한 것은 아이가 사라져도 신경 쓰는 사람이 없는 현실이다. 아이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변의 무심함과 사회 시스템의 허술함이 범죄를 가능하게 하는 토양이 된다. 이런 경범죄에 대한 무관심이 쌓이고 쌓여서 결국은 살인 같은 중범죄로 가는 악순환이 되풀이 된다.
이 작품의 주요 배경인 도로코베는 온천을 중심으로 한 작은 마을 사회의 단면을 보여준다. 아이들이 거리를 배회하거나 가족이 갑자기 사라져도 찾지 않는 무관심한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은 결국 도마처럼 절박한 외침을 할 수 밖에 없다.
정말이지 이놈이고 저놈이고 어른은 멍청이밖에 없다고.
본문 중에서
이 소설을 읽으면서 가장 마음이 아팠던 부분은 '세상 사람들은 죽은 아이에게만 관심을 준다. 살아 있을 때는 '자기책임'이라며 냉정하게 대한다'는 것이었다. 이것은 일본 사회만의 무제가 아니라 한국 사회도 예외가 아님을 느끼게 한다. 우리 역시 이런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고 언제든지 비슷한 사건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개인적으로 이 작품을 읽으면서 범죄 이면에 숨은 사회적 책임에 대해 깊이 고민하게 되었다. '거소불명 아동' 문제는 일본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한국 사회에서도 다양한 형태로 아이들이 방치되고 있고 이런 것을 외면한다면 비극은 언제든 반복될 수 있다. 긴장감 넘치는 이 소설을 읽고 나니 아동 문제와 사회 안전망에 대해 생각해볼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