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거대한 여정의 기록
<호주 일주>는 무려 115일간의 여정 동안 호주의 도시와 국립공원, 해안, 사막, 대도시, 시골 마을을 종횡무진하면서 거대한 대륙을 자신의 눈과 마음으로 체험한다. 서울을 떠나 시드니를 시작으로 골번, 발래널드, 세두나, 칼바리, 몽키 미아, 캐서린, 허비 베이, 누사까지 빠짐없이 직접 발을 디딘 기록이 담겨 있다. 단지 관광지의 스냅사진 같은 이야기가 아니라 살아 있는 호주의 숨결과 현지의 모습을 글과 사진으로 옮긴 듯 하다. 어떤 날은 도시의 대형 마트에서 장을 보고 어떤 날은 외딴 국립공원의 별빛 아래에서 잠을 잔다. 책을 읽다 보면 저자가 섬세한 감각을 가진 것을 느낄 수 있다. 풍경을 바라보는 눈이 다르고 그 풍경을 글로 옮기는 문장에는 깊이가 있다. 저자가 경험한 하루하루는 그저 스케줄이 아니라 시간의 결과 느껴지는 삶 그자체다. 긴 여정 중에는 피로함과 외로움도 담겨 있지만 그 속에 또 다른 자아를 만나는 과정이 있다. 이런 책은 여행 정보서는 물론 인생 에세이로도 손색 없다.
단절의 선명한 흔적
호주 일주의 상권의 마지막 부분에 다다랐을 때 큰 변화가 찾아온다. 바로 코로나19의 갑작스러운 확산이다. 저자는 호주에서의 여행을 마무리하지 못한 채 비행편이 끊기기 직전에 가까스로 한국행 항공권을 구해 귀국하게 된다. 전 세계가 동시에 멈췄던 2020년이다. 이 장면을 읽으면서 나도 그 이후 해외에 나가지 못해서 울컥했다. 한때는 매년 어디론가 떠나던 삶이었는데 지금은 여권을 꺼내볼 일도 없는 시간이 몇 년째 이어지고 있다. 그래서일까. 계획했던 걸 이루지 못하고 돌아서는 그 씁쓸한 마음이 너무나 공감되었다. 꿈의 한 조각이 뚝 떨어져 나간 듯한 기분... 그 단절의 기록이다 멈춰버린 한 사람의 모습이면서 곧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다시 이어진 발걸음
하지만 이 이야기는 다시 시작된다. 2023년에 저자는 다시 호주 땅을 밟았다. 미완으로 남은 여행을 끝내기 위해 다시 짐을 싸고 비행기에 오른 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 호주의 여정을 시작한다. 퍼스를 지나 붉게 빛나는 울루루, 분홍색의 핑크 레이크, 해안가의 아기자기한 마을들까지 만날 수 있다. 이렇게 완성된 여행과 책을 만나니 독자로서도 깊은 만족감을 느낄 수 있었다. 누군가는 이렇게 끈기 있게 여행을 완성했구나. 팬데믹이라는 거대한 단절을 겪고도 다시 돌아가 같은 길을 걸을 수 있구나. 100일이 넘는 호주의 여정을 따라가며 아직 한 번도 가보지 못한 호주라는 나라에 대한 기대감이 점점 커졌다. 언젠가 나도 비행기에 올라 저자가 지났던 그 길을 걷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