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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함께 느림이 있는 삶
  • 아인슈타인의 꿈
  • 앨런 라이트맨
  • 15,120원 (10%840)
  • 2025-04-24
  • : 110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시간을 살아가는 우리의 이야기

<아인슈타인의 꿈>은 1905년 젊은 아인슈타인이 이론물리학자로서 기초를 다지고 있던 시기를 배경으로 한다. 이 책에서의 아인슈타인은 과학자가 아니라 사색가이자 몽상가이다. 매 챕터는 같은 장소에 있지만 시간이 다른 상상 실험이다. 어떤 세계에서는 시간이 되돌릴 수 있는 것이고 어떤 세계에서는 시간이 멈춘 채 흐르지 않는다. 그동안 시간이라는 개념을 너무도 당연하게 여겼던 나에게 이책은 시간의 본질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들었다. 내가 살고 있는 세계는 단 하나의 시간만을 알고 있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닐 수도 있다.

이 책을 읽다보면 자연스레 지금 내가 살고 있는 현실과 비교하게 된다. 과연 어떤 세계가 더 좋을까? 만약 내가 이 책 속의 시간 개념 속에 산다면 어떤 풍경일까? 지금의 일상이나 내가 살아가는 공간을 그 시간 속에 넣는 다면 어떤 무늬가 생겨날까? 책 안의 사람들은 같은 공간을 공유하면서도 전혀 다른 시간 속에 산다. 어떤 이들은 시간이 하루에 한 번 멈추는 세계에 살고 어떤 이들은 시간이 뒤로 흐르는 세계에 있다. 하지만 그들의 모습이 전혀 낯설지는 않다. 같은 공간, 다른 시간. 이 책을 읽으며 평행우주가 이와 같지 않을까 하는 느낌을 받았다.

우리는 어디에 있을까?

현재의 세계는 오직 하나의 시간만 허락 하지만 책 속 세계는 그 제약을 풀어 자유롭게 상상하고 그 속에서 새로운 감정을 발견하게 해준다. 짧은 소설이라 생각했었지만 읽으면서 지금 내가 사는 세상의 또 다른 가능성을 제시하는 철학적 실험처럼 느껴졌다. 책을 읽기 전에는 '아인슈타인'이라는 이름을 보고 어렵고 이론적인 내용이 펼쳐지지 않을까 걱정했었다. 하지만 이 소설은 한 편의 시 같고 어릴 적 읽었던 상상력 가득한 동화 같기도 하다. 시간의 법칙이 달라진 세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은 현실을 정면으로 비추는 거울이 되기도 한다. 높은 곳에 살면 시간이 느리게 간다는 것을 이유로 산 꼭대기에서 사는 사람들. 아래에 사는 사람들과는 놀지도 말라고 하는 것을 보면 현실의 계급사회화 된 모습을 보는 것 같다. 이런 이야기들은 모두 상상력에 기반하지만 결국은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지를 묻고 있다. 물리학이 아닌 삶의 문제로 귀결된다. 그래서 오히려 철학서에 더 가까운 느낌이다.

이 세계의 비극은 모두가 혼자라는 것이다.

과거의 삶을 현재 나눌 길은 없으니까.

시간에 들러붙은 사람은 누구나 혼자다.

아인슈타인의 꿈

어른이 되어서야 읽을 수 있는 동화

처음엔 무심이 넘겼다가 다시 돌아와 몇 번이나 곱씹었다. 시간이란 결국 지나간 삶이고 그 삶은 나만의 기억과 감정으로 쌓여간다. 그런데 그 기억을 아무리 말로 표현해도 누군가와 완벽히 공유할 수는 없다. 내가 어떤 시절을 어떤 감정을 지나왔는지를 다른 사람은 온전히 알 수 없다. 시간은 나를 나답게 만드는 동시에 나를 고립시키는 벽이 되기도 한다. 이 문장을 읽으며 나도 모르게 쓸쓸한 감정이 몰려왔다. 아무리 가까운 사람일지라도 결국은 각자의 시간 속에 사는 존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인슈타인의 꿈>은 매 챕터가 동화처럼 아름답다. 하지만 그 동화가 말하고 있는 주제는 삶의 본질, 인간의 외로움 등 결코 가벼운 내용은 아니다. 그래서 나이가 들고 지금 처럼 인생의 복잡함과 외로움을 체감한 후에야 깊이 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인것 같다. <아인슈타인의 꿈>을 읽고 난 후 나는 오히려 현실의 시간에 더욱 민감해졌다. 흘러가는 매 순간이 얼마나 귀한지, 누구와 시간을 함께 보낸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새삼 느끼게 되었다. 인생이 단 한 줄기 시간선 위에서만 흘러간다는 사실이 조금은 아쉬웠고 동시에 그 제한된 조건이 우리를 더욱 인간답게 만드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우리가 어떻게 존재하고 관계를 맺으며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질문으로 가득한 책이다. 오늘을 살아가는 성인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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