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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함께 느림이 있는 삶
  • 연결 본능
  • 페터르 보스
  • 22,500원 (10%1,250)
  • 2025-03-17
  • : 1,370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호르몬과 본능으로 본 연결

한국 사회에서 '돌봄'은 때때로 의무로 여겨진다. 가족을 부양해야 하고 명절이면 어김없이 모여야 하며 사회적 관계에서도 적절한 배려를 요구받는다. 이러한 돌봄의 기원이 단순한 문화적 규범이 아니라 생물학적으로도 인간에게 내재된 본능이라면 어떨까? 이 책은 인간이 왜 관계를 맺고 서로를 돌보려 하는지 호르몬과 신경과학적 관점을 통해서 알려준다. 책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돌봄의 본능이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신체에서 분비되는 호르몬과 깊은 연관이 있다는 점이었다. 대표적인 것이 옥시토신이다. 흔히 사랑의 호르몬으로 불리는 옥시토신은 신체 접촉이나 신뢰 관계 형성 시 증가하며 특히 부모와 자녀 간의 유대감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런데 이 옥시토신은 공동체안에서 서로를 돕고 신뢰를 쌓을 때도 분비된다고 한다. 예를 들어서 친구와 깊은 대화를 나누거나 동료와 협력할 때 우리는 안정감을 느끼는데 이유는 옥시토신이 활성화되면서 신뢰를 강화하기 때문이다. 돌봄과 연결은 인간이 생존을 위해 필수적으로 발전시켜온 본능적인 행동인것이다.

옥시토신이 만드는 유대감

현대 한국 사회에서의 '돌봄'이나 '연결'은 때때로 피로감을 주는 것 같다. 단순히 호르몬 작용 때문이 아니라 의무적인 관계로 형성되고 유지되기 때문이다. 부모와 자식 간의 돌봄이 희생을 전제로 한 일방적인 관계가 되거나 직장에서도 인간관계를 원활하게 유지하기 위해 감정 노동이 강요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관계에서 진정한 연결이 아닌 형식적인 관계가 반복될 때 인간의 본능적 돌봄은 스트레스로 변하게 된다. 흥미로운 점은 옥시토신이 무조건 긍정적인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연구에 따르면 옥시토신은 신뢰를 강화하는 동시에 '내집단'과 '외집단'을 구분하는 데도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한국 같은 관계주의 문화에서는 이런 옥시토신이 부정적인 방향으로 흐르는 것 같다. 가족, 학연, 지연 등의 강한 관계 안에서 '우리'라는 범위 안에 있는 사람들은 돌보지만, 그 밖의 사람들에게는 냉담해지는 경향이 나타난다.

진정한 연결이란 무엇일까?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할까? 책에서는 진정성 있는 관계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억지로 이어가는 연결이 아니라 신뢰와 돌봄이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관계일 때 인간은 가장 행복할 수 있다. 우리는 타인을 돌보는 존재다. 이 책을 읽으며 문득 생각했다. 나는 정말 진정성 있는 관계를 맺고 있을까? 한국 사회에서 돌봄이 점점 부담스러운 책임으로 변해가는 지금 우리는 생물학적 본능을 이해하는 동시에 건강한 거리 두기를 배우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관계를 맺는 것이 중요한 만큼 불필요한 관계에서 벗어나는 것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해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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