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야생의 철학자들
자연에서 배운 12가지 인생 수업
신동만
일상에 지쳐 나를 위로해줄 것이 필요할 때 이 책을 만났다. 처음에는 자연 방송 PD의 경험담 정도로 생각했지만 페이지를 넘길 수록 마음 한켠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꼈다. 특히 요즘처럼 바쁘게 살면서 항상 결과를 재촉하고 조바심 내던 나에게 '서두른다고 해서 꽃이 피는 것은 아니다'라는 구절은 마치 따뜻한 위로의 손길 같았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구절은 '제대로 준비도 안 된 상태에서 빠르게 열매가 맺히기를 바란다면 그 성급함에 못 이겨 발이 꼬이고 헛발을 딛기 마련이다'였다. 이 문장을 읽는 순간 지난 몇 년간 내가 얼마나 조급하게 살아왔는지 돌아보게 되었다. 늘 빨리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면서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치고 살았던 것 같다.
20년이 넘는 긴 시간동안 자연을 관찰하며 저자가 얻은 통찰력은 특별하게 느껴졌다. 저자의 관찰이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삶의 진정한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수리부엉이는 밤이라는 조건 아래서 소리 없는 사냥을 구현하기 위해 눈, 귀, 깃털 등 모든 신체 구조를 바꾸었다는 구절을 읽고 우리도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변화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쇠제비갈매기가 폭우에 떠내려가는 알을 부둥켜안고 다시 품는 모습은 인생의 실패나 좌절을 겪어도 위로해주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회사에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마다 실패할까 두려워하던 나에게 시도하는 것 자체가 얼마나 의미 있는 일인지 일깨워주었다.
자연의 리듬을 설명하는 부분도 큰 감동을 받았다. 특정 계절에 맞춰 그때 일어나는 생태 변화를 보기때문에 그런 것이지 사실 다음을 위한 준비는 사계절 내내 계속된다는 구절을 읽으면서 문득 깨달았다. 매 순간 다음을 준비하고 있지만 그 준비의 과정을 즐기지 못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자연은 그저 묵묵히 자신의 시간을 보내며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도시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자연의 지혜를 배울 수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저자가 아파트 주변에서 40종의 새를 관찰했다는 것처럼 나도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주변에서 많은 가르침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제일 크게 깨달은 것은 이제는 조급해하지 않으려 노력한다는 점이다. 모든 일에는 때가 있고 그 때를 기다리는 동안 차근차근 준비하면 된다는 것을 배웠다. 마치 겨울을 이겨내고 봄이 오면 꽃이 피는 것처럼 나의 노력도 때가 되면 반드시 결실을 맺을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다.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멈춰서 숨을 고르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