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처음 이 책을 넘기기 시작했을 때는 솔직히 좀 걱정이 되었다. 두께도 있거니와 의학 용어가 빼곡히 적혀 있을 것 같아서였다. 하지만 첫 장을 넘기면서부터 그런 걱정이 날아갔다. 김범석 교수님의 '죽음은 직선이 아니다'는 단순한 의학 서적이 아니다. 고등학생 때 저자의 아버지가 폐암으로 돌아가시고 열심히 공부를 해서 의사가 된 다음 마주친 환자들의 이야기는 물론 암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도 배울 수 있다.
우리는 보통 죽음이 천천히 찾아온다고 생각하는데 사실 죽음은 어느 순간 갑자기 찾아온다고 한다. 마치 물이 99도에서 100도가 되는 순간 갑자기 수증기로 변하는 것처럼 말이다. 사실 주변에서 누가 죽었다고 하는 이야기를 들으면 보통은 갑자기 돌아가셨다고 하는 경우가 많긴 하다.
의사이자 과학자로서 바라본 암세포의 세계는 새로운 것들이 많았다. 지금 우리의 몸 안에서도 암세포가 생겼다가 사라졌다를 반복한다는 것이 신기했다. 또 암세포가 태아의 성장 방식을 그대로 따라한다는 설명은 충격적이었다. 고대부터 암 치료를 어떻게 해왔는지도 나와 있었는데 의학이 발전하지 않았던 시절 크게 다친 경우에 수술해도 죽고 안해도 죽으니 고통스럽게 수술을 했었다는 것을 보고 섬뜩했었다. 의학이 발달하기 시작하면서 항암제도 발달했는데 다양한 방면으로 의학이 발전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면역항암제에 대한 부분도 인상적이었는데 암이 우리 몸의 일부이면서도 적이기 때문에 면역 세포가 암세포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는 것이 신기했다.
암 환자들이 고통과 죽음에 대해 싸우는 모습을 보면서 저자는 최대한 감정을 배제하는 것이 남은 인생을 더 알차게 살 수 있다고 조언해주고 있다. 매일 똑같은 일상만 반복하면 시간이 엄청 빨리 가는 것 같지만 매일 새로운 경험을 하면 시간이 천천히 간다고 느껴지는 것처럼 말이다.
책이 두꺼운 편이고 의학 용어도 자주 등장하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오히려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읽게 되는 매력적인 책이다. 군데군데 등장하는 삶과 죽음에 대한 깊은 통찰은 오히려 철학적이기도 했다. 의학적인 지식을 넘어서 나의 삶을 돌아보게 만드는 책이었다. 당연하게 여겼던 일상의 소중함을 다시 느낄 수 있었다.
우리는 모두 언젠가 죽음을 맞이하겠지만 그렇기에 하루하루가 더 의미 있고 소중하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단순히 암에 대한 의학책인 줄 알았는데 어느 새 인생 책이 되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