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보라가 되어보기
bin1427 2021/01/25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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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보라
- 강경수
- 13,500원 (10%↓
750) - 2021-01-29
: 4,209
표지 그림에서 도시 쓰레기통을 뒤적이는 북극곰의 뒷모습이 인상 깊다. 쓰레기와 북극곰이라...
기후 변화로 삶의 터전을 잃은 북극곰이 도시까지 떠밀려온다는 내용이겠거니, 하며 한 장씩 넘긴다.
“쓰레기통에서 음식 찌꺼기를 뒤지던 ‘눈보라’는 판다가 사람들에게 둘러싸인 사진을 발견하고 한동안 바라보았습니다.”
쓰레기통을 뒤지다 판다의 사진이 실린 신문지를 발견한 주인공 ‘눈보라’가 동네 꼬마의 눈에 띄고 사냥꾼까지 등장하면서 다음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 책은 북극곰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 아픈 지구를 살리기 위해, 우리가 뭘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기에 앞서 동물을 대하는 인간의 태도부터 되짚게 한다.
인간이 판다와 북극곰을 대하는 방식은 극명하게 대비되지만, 결국 그 이면에는 동물을 생명체로 존중하지 않고 공생하려는 노력도 하지 않는 이기심이 깔려있다.
최근 읽은 이라영 작가님의 신작에는 <우리는 땅에 속해 있다>라는 제목의 꼭지가 있다. 아메리카 인디언의 삶을 그린 레슬리 마몬 실코의 작품을 다루고 있는데, 작가님은 “흙을 딛고 성장하는 생명을 대면하지 않기에 ‘볼거리’ 혹은 ‘먹거리’의 범주를 넘어선 동물 앞에서 당황한다. 다시 말해 ‘대상화’되지 않은 동물을 점점 낯설어한다”라고 쓰며 레슬리 마몬 실코의 대표작《의식(Ceremony)》에 실린 시를 인용했다.
그들이 보는 것은
오직 물체일 뿐,
그들에게 이 세상은 죽은 것,
(...)
사슴과 곰은 물체일 뿐,
그들은 생명을 보지 못한다.
이 동화책을 읽으면서, 아이들에게 읽어주면서, 어떤 이야기를 나누어야 할까?
우리는 이 책을 통해 ‘눈보라’가 되어본다. 저 멀리 빙하가 녹아내리는 북극에 산다는 그 북극곰이 아니라 도시의 쓰레기통을 뒤지고, 인간의 눈치를 보고, 어떻게든 곁에 머무르려 애쓰는 ‘눈보라’가 되어본다. ‘눈보라’가 진짜 눈보라에 휩쓸려 사라지기 전에, 지나친 이기심이 사라질 순 없나, 하고 한탄한다.
“우리는 때때로 자신의 모습을 거울에 비추어 봐야 한다.
그 모습이 설령 아름답지 않더라도......” - 강경수
(정말로 아름답지 않도다......!)
#ps 조금 무거운 내용과는 달리 깜찍한 그림체와 알록달록 색감이 아이들의 관심을 끄는 데 도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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