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어?" 엄마는 김 봉지를 뜯어 내 밥그릇 옆에 놓았다.
"진짜 맛있어!" 나는 입안에 아직 음식이 반쯤 남은 상태로연방 쓰러질 듯한 시늉을 하면서 대답했다.
엄마는 내 뒤 소파에 앉아, 내가 걸신이라도 들린 듯이 어귀어귀 먹는 동안 얼굴 쪽으로 흘러내린 머리를 어깨 뒤로 걷어주었다. 내 몸에 닿는 엄마 손길이 친숙하게 느껴졌다. 살짝끈적끈적한 크림기가 남아 있는 차가운 손은 더는 내가 화들짝 피하기 바쁜 불쾌한 손이 아니라 가만히 기대고 싶은 손이었다. 마치 엄마의 애정에 이끌리는 어떤 중심이 내 안에 새롭게 생겨난 것만 같았다. 내가 그 자기장에서 떠나 있었을 때까지 새롭게 충전된 중심이. 나는 또다시 엄마를 기쁘게 하고 싶어 안달이 나 있었다. 그동안 홀로서기하느라 좌충우돌한 이야기를 미주알고주알 떠들어대 엄마가 웃음을 떠뜨리게 만들고, 그걸 달콤하게 음미하고 싶었다.- P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