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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무인도에 첫발을 내디뎠을 때 나는 고독은 아무 소리가 없는 상태라고, 내가 만들어내는 소리 말고는 그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는 상태가 아닐까 짐작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고독의 소리는 모래들이 사각이는 소리, 꼬마물떼새가 내는 소리, 쉼없이 치는 파도 소리다. 결국 삶이란 수많은 소음들 속에서 사는 것이라고, 지금 내 앞에 펼쳐진 풍경들이 이야기해주고 있었다. '
8년 전 도시에서의 괴로움을 떠나 '나'로 살고 싶어 강원도의 어느 바닷가 마을에 짐을 풀게 된 작가는 그때만 해도 무인도를 소재로 소설을 쓸 거라곤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한다. 그저 살고 싶은 마음이었다. 매일 바닷가를 나가 걷고 물에 뛰어들어 헤엄치고, 낚시를 하고 파도를 마주하며 도시에서의 시간을 바다에 흘려 놓기도 하고 가둬 놓기도 한다. 작가는 마을 앞마다에서 멀지 않은 무인도에 발을 딛고 살아가는 누군가를 상상하며 이 소설을 쓰는 동안 한동안 일부러라도 떠올리지 않았던 과거 도시의 시간을 맞닥뜨리며 괴롭기도 했지만 민망해지기도 했다고 말한다. 민망해졌다는 말이 참 솔직하다고 느껴진다.
주인공 차지안의 여행은 미역의 흐름과 함께 이 작은 섬과 바다를 여전히 여행 중이고 작가도 나도 그렇다.
사이사이 마치 내가 주인공 차지안이 된 듯 그 속으로 들어가 있을 법한 그림들(영서 그림)이 눈에 띄었다. 작게 비가 내리는 날 바다에 잠수해서 유영하고 있는 사이 물속에서 바라본 수면의 모습, 그 사이 바깥의 비는 점점 굵어 졌나 보다. 빗방울들이 내리쳐 만들어내는 장면은 마치 물 밖의 세상이 오히려 미지의 세계인 듯 신비롭게 상상 되는 순간이다. 바닷가 마을에서 자란 나는 실제로 그런 경험을 여러 번 해본 적이 있어 어린 시절 그 고요한 환상 속 시간에 있는 듯 했다.

나 홀로 무인도의 삶을 상상해보는 소설이지만 주인공 차지안과 작가와 나는 그 섬에서 함께 살며 함께 바라보고 생각한다. 그 공간에서 가장 크게 다가오는 것은 ‘소리’였다. 매우 이른 새벽 섬을 바짝 지나가는 배들의 소리, 배 안의 사람들의 소리, 통신 장비의 소리, 배와 함께 움직이는 물결과 바람과 파도의 소리, 커다란 육지 안에서는 겪어보진 못한 상상 이상의 태풍과 태풍이 만들어 낸 모든 것이 날아가 사라질 것만 같은 소리... 어둠이 내린 작은 무인도의 밤엔 사실 모든 게 두렵다. 바닷가 마을의 하루가 일찍 시작되는 것은 아마 모두가 새벽 빛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은 아닐까 생각한다. 드러내지 못하고 꾹 참아냈던 어둠의 두려움을 이겨낸 그 마음으로 또 하루를 살아갈 것이고 또 다음날의 어둠을 마주할 수 있게 해 줄 용기가 된다.
한 여름 [창비]에서 출간된 박해수 작가의 소설 [나의 완벽한 무인도]를 제공 받게 되었다. 로망의 간접 실현이라고 표현하기엔 즐겁기만 한 여행의 느낌이라 좀 그렇고 무인도에 대한 나의 상상과 갈망이 더 깊고 진해졌다고 표현하고 싶다. 나에겐 '정말로' 완벽한 무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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