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정말 프로이긴 했을까
타루 2004/01/10 07:37
타루님을
차단하시겠습니까?
차단하면 사용자의 모든 글을
볼 수 없습니다.
'낄낄낄... 낄낄...하하하' 혹여나 누가 들을까 무서웠다. 이래도 되는거야? 소설을 보면서 이렇게 웃어도 되는거냐고!
스스로에게 이러한 질문을 던지며 페이지를 한장한장 넘겨나갔다. 칼럼을 통해 박민규씨 글의 위트를 파악했지만 장편소설마져 이럴 줄은 몰랐다. 역시 끼가 어디 가나!
아마 처음이었다. 물론 이번도 완벽하진 않았다. 다만 전과 달리 확연한 차이가 있었음은 자신한다. 책이 중반을 넘기도 전, 의무감에 시달리곤 했었다. '그래 이왕 시작한거니까' '난 똑똑해질거야.' 이리 위안하고 나를 달래며 책장을 덮곤 했다. 그러나 이 책은 재미가 있었다. 이전에도 재밌는 책은 만났다. 하지만 그 재미엔 지식욕이 서려 있었다. 나의 1차적 욕구가 아니었던 것이다.
최근 한국 영화에서 두드러졌던 추잡스런 구성방식. 전반부 웃겨주고 후반부에 눈물짜내기. 이러한 도식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리라. 똥꼬에 털날까 두려워하는, 눈물이 마른
내게 웃음을 강요하는 것에 반감이 들 뿐.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의 막장을 덮으며 이러한 생각을 했다. 대다수 한국영화 감독들이 '이걸 원했던 거였구나.' 웃음 속에 피어나는 한떨기 꽃, 그 이름 감동.
감동의 정체는 이러하다. 우리는 어떠한 생을 원하는가? 프로가 될 것을 강요하는 세상의 파고 속에 우리는 어떠한 삶을 택해야 하는가. 물론 나는 아직 답을 못내렸다. 주인공 '나'도 철저히 프로를 지향하는 삶을 살았다, 실직하기 전까지만 해도 이혼 당하기 전만 해도. 프로가 프랜차이즈된 세상을 받아들이고 이에 충실했다. 꼴찌, 삼미를 좋아했던 것은 인천 출신이란 태생적 한계에 기반했을 뿐이니 이에는 어떠한 역설도 존재치 않았다.
<경제성장이 안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류의 책을 읽을 때와 마찬가지로 세상의 흐름에 끌려다니지 말 것을 스스로 다짐해보지만 프로가 되어야만 한다는 강박관념을 떨쳐내기는 힘이 든다. 프로화 프로그램 속에 살고 있는 우리는 언제쯤 오락실 문을 박차고 나갈 수 있을 것인가? 실직과 이혼의 시련을 겪은 뒤가 그 선택의 지점이 되지 않길 바랄 뿐.
PC버전에서 작성한 글은 PC에서만 수정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