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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루님의 서재
Avant (맨 앞줄에 선) + Garde (호위대) = Avant-garde
아방가르드의 본래 의미는 전투의 맨 앞에 서, 적군의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목숨걸고 진격하는 선발대를 말한다고 한다.

이러한 의미가 예술계로 전이되면서 기존의 구태의연함과 맞짱뜨기 위해 자신의 재능, 심지어는 목숨까지도 내놓을 수 있는 이들을 뜻하게 되었다.

책 '도발'은 뒤샹의 작품 [계단을 내려오는 나체]가 뉴욕에 가져온 충격을 묘사하는 것으로 페이지를 시작한다. 이러한 미국 아방가르드의 모태였던 유럽의 아방가르드 문화사 -다다이즘, 절대주의,초현실주의 등-를 차례차례 비춰준다. 고교시절 다다이즘과 초현실주의 등 개념 외우기로 그쳤던 내용에 당시의 역사적 배경, 각 예술가들의 현실적 고뇌, 더불어 이해를 돕는 도판이 합해짐으로써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내용의 활력을 불어넣는다.

어떠한 책이든 페이지가 반환점을 돌때면, 잠이 쏟아지기 마련.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와 조정래가 적재적소에 섹스신을 배치하여 쉼없이 독서에 정진할 수 있도록 하는 치밀함을 가지고 있다면, 이 책은 재즈, 락, 우드스탁 네이션, 팝아트 등 우리의 지적욕구와 관심사를 모두 충족시켜줄 달콤한 초콜릿을 후반부에 선보임으로써 우리의 잠을 앗아간다.

책 '도발'은 아방가르드의 역설을 보여줌으로써 진정한 아방가르드는 무엇인지에 대해 질문한다. 구태의연함과의 싸움이 아방가르드 예술가의 본질인 이상, 시간이 흐름에 따라 자신 또한 타도대상이 될 수 밖에 없는 아방가르드의 첫번째 역설. 상업주의를 배격하던 아방가르드가 되려 상업주의와 공생관계를 유지하게 된 아방가르드의 두번째 역설. 전위적인 메시지가 유행이 되는 순간 피상적인 행동으로 변질되는 아방가르드의 세번째 역설. 이는 항상 극단적이야만 한다는 아방가르드의 숙명과 타인의 행동에 파급을 주려는 아방가르드의 욕망 사이에서 벌어진 끊임없는 줄다리기에서 비롯된 것이다.

결국 개체 아방가르드는 끊임없는 자기파괴를 통해서만 번식할 수 있음을 자각한다. 이 속에서 수많은 예술가들은 약물과 섹스를 통해 파멸과 환희의 길을 택하곤 했다.

체게바라가 그려진 티셔츠, 장발, 락, 재즈. 오늘 우리의 일상이 어제의 아방가르드였음을 상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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