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수남 하청일의 동물농장이 아니다.
타루 2004/01/08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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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은 말초신경을 자극하지 못한다. 고전이 현대를 사는 독자들에게 고전을 면치 못하는 이유일 게다. 한가지를 더 보탠다면, 각 고전의 사상들이 알게 모르게 우리네 삶 깊숙히 뿌리내려져 있기 때문이다. 어느 누구, 원문(굳이 영어가 아닐지라도)한 줄 읽었을 턱 없는 셰익스피어 작품 '로미오와 쥴리엣'의 내용을 모두가 꿰고 있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동물농장. 이 책의 내용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위 고전의 유명세로 인하여 작가와 작품이름은 암기식으로 주입되었던 데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고전이 어떠한 형태로든
영향을 주었을 것이라 예단했기 때문이다. 마지막 책장을 다 덮었을 때야 처음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왜 이 책을 알고 있다 생각했을까? 곰곰히 생각해본 바, 대한민국 최고의 남성 듀오 서수남 하청일의 노래 '동물농장'의 한국 내 파급력이 조지오웰을 앞질렀기때문으로 보여진다.
민음사판 동물농장의 번역자 도정일 경희대 교수가 쓴 작품해설에 따르면 풍자와 우화가 동시에 적절히 조화를 이룬 수작이라고 한다. 풍자라 함은 당시 소비에트사회주의의 전체주의를 비판했기 때문이고 우화라 일컬음은 권력의 부패구조가 어느사회, 어느시대에나 항구적으로 존재할 수 있음을 경고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이번 작품은 도정일씨의 작품 해설을 먼저 읽고 본문을 읽어 나갔다. 그리 좋은 방법이라 생각되지 않지만 책을 한결 수월하게 읽어나갈수 있었고, 도정일씨가 작성한 소련과 소설 [동물농장]의 1:1 함수 비교는 책을 재밌게 읽어나가는데 큰 도움이 됐다. 고전의 새로운 해석을 모토로 창의적인 독서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남들이 생각한 만큼은 알아야겠다는 소시민 근성이 싹을 트나보다.
조지오웰의 동물농장은 두가지 생각의 지점을 남겨주었다.
1. 권력의 타락은 인간 사회의 불가피한 조건인가?
메이저(마르크스)가 이론적으로 제시한 유토피아를 현실사회에서 구현해나가는 과정에서 스노볼(트로츠키)과 같은 유약한 혁명가는 결국 강력한 야심가 나폴레옹(스탈린)에 의해 제거될 수 밖에 없는 것일까? 책을 읽는 내내, 우리에게 '스노볼' 같은 이가 권력을 쥐는 사회는 올 수 없나 생각해보았다. 그러나 결국 '권력의 속성은 나폴레옹 편이다'고 귀결되었다. 스노볼은 그래서 권력을 못잡았고 그래서 착한 사람으로 기억될 뿐.
2. 사회주의자 작가가 책을 통해 사회주의를 비판한 것은 잘한 일인가?
비판적 지지자들의 고뇌를 반세기전에 겪은 조지오웰을 생각하니 요즘 우리가 새롭게 받아들이는 제도, 문학, 사상 모두 옛것에서 배울게 많다는 겸손한 생각을 오랜만에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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