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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과 장편소설의 차이는 단순 원고분량에 있지 않다'
1학년 문학원론 시간에 배운, 아니 자습한 내용이다.
(수업 한방으로 매학년 10퍼센트는 재수하게 만든다는 명재씨덕에)

지금껏 전경린의 작품을 장편소설로만 만나왔기에 이번 소설집은 다소 생소하게 느껴졌다. 이는 위에 인용된 소설 구분의 정의, 그 간단명료한 사실조차 잊고 지냈기 때문일게다.

이번 소설집을 통해 전경린에 대해 여전히 또는 새로이 느낀 점은,

1. 부부싸움 묘사에 탁월하다.

영화 [밀애]의 원작이었던 [내생애 꼭 하루뿐일 특별한 날]에서 처음 맛본, 부부싸움 장면은 가히 날 실제상황에 서 있게 만들었다. 더군다나, 방관자가 아닌 주체자로써. 이 느낌을 이번 소설집 수록 작품 [二月 荒凉的 脚步]에서 재차 받게 된다.

남편과 부인이 건네받는 한마디, 한마디 대사가 갖는 힘도 있지만, 아무래도 클라이막스는 남편의 물리적 폭력이 단 한 순간 섬광처럼 폭발하면서부터다. 이후 부인의 정신적인 흐름을 세세하게 묘사하는 단락을 읽을 때면, 내 머리는 멍해진다.

2. 이 사람, 쿤데라와 하루키를 좋아하는구나.

'어차피 인생에서 더 나은 것 따위는 없을 것 같다. 우리는 단지 더 모르는 것에 끌릴 뿐이다. 그리고 모르는 것이 없어질수록 삶의 열정도 사라진다.'
-소설집 수록 작품,[바다엔 젖은 가방들이 떠다닌다] 중-

낌새는 차렸지만 한 인터뷰에서 공식적으로 위 두 소설가를 좋아한다는 기사를 보고 나니, 전경린만의 독특한 색깔이 '결국 다 표절이 아니겠느냐?' '얄팍한 술수로 날 매혹시킨것 아니겠느냐?' 란 괜한 의구심을 떨칠 수 없었다.

허나 허무주의 계열 가운데서도 여성을 주소재로 다룸으로써 자신만의 색깔을 잃을 염려는 없는 듯 하다.

결국, 난 괜한 걱정을 한 셈이다. 지 할일도 제대로 못하면서. 이래서 평론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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