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leonjung님의 서재
  • 헌 옷 추적기
  • 박준용.손고운.조윤상
  • 17,100원 (10%950)
  • 2025-11-28
  • : 1,720


다음 두 가지 중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더 많은 행동은 무엇일까?


1. 티셔츠 한 장을 사고 버리는 일

2. 직장인이 1년 동안 출근할 때마다(247일로 계산) 매일 ‘테이크아웃’ 일회용 종이컵 세트(종이컵과 홀더, 플라스틱 덮개 포함)를 사고 버리는 일


답은 1번이다. 티셔츠를 사고 버리면 재사용된다 해도 일회용 종이컵 306개를 쓰는 것과 같은 탄소(7.55kgCO2-eq/ea)가 배출된다. 이 옷이 수출된 뒤 국외에서 불법 폐기되는 경우 종이컵 337개를 쓰고 버리는 만큼의 탄소가 배출된다.(8.33kgCO2-eq/ea)


인간이 하는 행동들은 대부분 지구에 해악을 끼친다. 끝없는 소비 활동은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고 미세 플라스틱을 만들어 내는데 주로 옷이나 사용하는 물건들 때문이다. 1회용품이나 플라스틱 사용의 문제점과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워낙 미디어에서 자주 다루어서 그런지 경각심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유행이 지났다고,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의류 수거함에 던져 넣은 옷들이 어떻게 되는지 생각해본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막연하게 재활용 될 거라고 여긴다. 의류 수거함의 옷들이 환경을 오염시키고 인간에게도 피해를 주고 있다는 사실은 잘 모른다.


한겨레 출판사의 <헌 옷 추적기>는 우리가 버린 옷들의 최후를 추적한 르포 에세이다. 패스트 패션, 울트라 패스트 패션의 성장으로 우리는 옷을 싸게 사 입는다. 그 옷들이 싼 이유는 개발도상국 노동자들(아동 노동 포함)이 저임금으로 노동 착취를 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 환경도 열악하고 위험하다. 우리는 누군가의 노동 착취로 생산된 옷을 싸게 사 입고 의류 수거함에 맘 편하게 버린다. 버려진 옷들이 수거되면 이주노동자들이 분류한다. 그들은 먼지와 냄새가 심한 공장에서 최저임금을 받고 일한다. 분류된 옷들은 인도를 비롯한 동남 아시아, 아프리카, 남아메리카로 수출되는데 그곳에서 재활용되기도 하지만 소각되거나 매립되어 지역을 오염시킨다.



헌 옷들이 어디로 가서 어떻게 최후를 맞았는지 박준용, 손고운 한겨레 신문 기자와 조윤상 다큐멘터리 감독이 추적했다. 헌 옷의 이동경로를 확인하기 위해 위치 전송이 가능한 스마트 태그를 달았고 기부 받은 옷을 전국의 의류 수거함에 넣었다. 헌 옷들이 도착한 곳 중에 인도와 타이를 직접 찾아가 현장 취재한 내용을 이 책에 실었다.


나는 얼마 전 옷장 정리를 하면서 몇 년째 입지 않고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옷들을 많이 버렸다. <헌 옷 추적기>의 소개를 읽으며 내가 의류 수거함에 넣은 옷들은 어떻게 되었을지 궁금했다. 책을 받고 보니 쓰레기 옷이 산처럼 쌓여 있는 사진을 보며 입이 떡 벌어졌다. 옷들을 소가 먹고 들개가 먹는다는 것에 또 놀랐다. 인도 파니파트 헌옷 재가공 공장 노동자들(미성년자 포함)이 맨 몸으로 독성 표백제에 노출되어 작업을 한다. 노동자의 자녀나 근처에 사는 아이들은 옷 쓰레기 산에서 표백 공장에서 논다. 공장에서 나온 독성 오염수는 그곳의 땅과 물을 오염시킨다.




내가 버린 옷들이 저 곳 어딘가에 있을 거라 생각하니 죄책감이 들었다. 기부도 재활용도 아닌 환경 오염에 한 몫 한 것일 뿐이다. 수출된 옷들 중 재판매되거나 재활용되지 못하고 소각, 매립하는 비율은 20~30%다. 한국은 패션 시장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고 헌 옷 수출 4~5위를 차지한다. ‘패션 강국’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책임감도 필요하다. 기업의 윤리 경영과 법적 장치도 있어야 하겠지만 개인의 행동 변화가 우선되어야 한다.


사실 우리는 옷이 너무 많다. 철마다 다른 옷을 입어야 하고 유행 따라 새 옷을 사다 보니 옷장이 그득그득 해진다. 가지고 있는 옷들로 충분하다. 내가 멋을 내는 동안 누군가는 고통스런 노동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자. 쉽게 사고 죄책감 없이 버리던 행동에 제동을 걸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작은 변화가 무슨 소용인가 싶다면 주위에 이 책을 적극 알리고 같이 읽도록 하자. 작은 행동들의 숫자가 많아지면 고통 받는 이들의 숫자가 줄어들지 않을까.



**이 리뷰는 하니포터 11기 자격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