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PEC의 성공적 개최와 엔비디아의 GPU 26만대 공급 뉴스로 우리나라에도 기회가 온 것 같은 분위기다. 전 정권이 저질러 놓은 것들을 수습하고 AI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해야 할 일들이 산더미인 이 시점에 이재명 대통령이 국가수반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가 싶다. 우리나라는 역사적으로 수많은 부침을 겪어왔다. 강대국의 눈치를 보면서도 국민들의 역량으로 오늘날 세계 10대 강국의 위치에 올랐다. 반도체와 자동차, 조선 같은 산업 분야는 물론 문화와 정치에 있어서도 세계가 인정하는 국가가 되었다. 그러나 AI로 대표되는 기술 패권 시대에 한국이 헤쳐 나갈 길이 쉽지만은 않다.
<미중 관계 레볼루션>이라는 책을 읽어보니 현 상황을 직시할 수 있었다. 이 책은 성균관대 교수(정치외교학과, 경제학과, 공학과) 네 명이 대담한 내용이다. 1장 미국, 무엇을 원하고 어디로 가는가 에서는 MAGA현상의 정체와 트럼프의 대외 정책을, 2장 미중 경쟁,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 는 미국과 중국의 경쟁 구도 속에서 한국이 취해야 할 입장을, 3장 한국, 생존할 것인가 도태될 것인가 에서는 한국이 기술 주권을 지킬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4장 길 없는 길 위에서 살아남기 에서는 앞으로 우리나라의 기술 산업 분야의 정책 방향을 제시한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참 바쁘다는 우스갯 소리가 있다. 생업에 종사하다가도 대통령이 잘못하면 길 위에서 구호를 외치고, 잘 시간에 계엄령 선포 소식에 국회로 뛰어가고, 새로운 정보나 상품은 발 빠르게 체험하고 분석, 비판한다. 이 책은 그런 대한민국 국민이 읽기에 딱 맞다. 미국이 쇠락의 길로 들어섰다는 평가가 있다.
이 책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을 통해 AI시대에도 그들은 패권을 놓지 않으려 한다고 말한다. 너무나 빠른 속도로 진화하는 AI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고 그를 위해 국제 공동 규범이 필요하다는 것으로 의견이 모이고 있었다. 그러나 올 2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 3회 AI 행동 정상 회의에 참석한 미국의 밴스 부통령은 AI규제 합의문에 서명하지 않고 이렇게 말했다.
“미국에게는 지금 AI규제보다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우리는 AI를 국가적 수익과 이익을 위한 전략적 도구로 삼을 것이다.”
지난 7월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의 보고서에서 재천명했는데, 이는 미국이 AI 생태계를 구축할 테니 다른 나라들은 그 생태계 안으로 들어오라는 뜻이다. 기존 NATO나 G7 같은 안보 동맹을 AI동맹으로 확장하려는 움직임이다. 미국의 AI질서에 들어오거나 독자 노선을 택하거나, 만일 후자를 선택하면 기술이나 데이터 접근이 제한될 수 있다. 우리나라 AI분야는 이미 미국에 깊이 엮여있는 상태이다. 앞으로 AI 안전 규제 관련하여 미국과 반대인 EU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잡아나갈 것인지가 숙제다.
이 책은 기술 패권 시대에 한국이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다. 챗GPT를 자유롭게 이용하는 평범한 한국인일 뿐이지만 AI시대를 대비하는 중국과 미국의 상황을 읽으면서 걱정이 늘었다. 그나마 이런 좋은 책을 소개할 수 있어 다행이다.
책에서는 국가적으로 할 일을 이렇게 정리했다.
기후 위기 대응 차원에서의 인공지능 인프라 지속 가능성, 특히 원자력이나 신재생 에너지 등 탈탄소 기반의 지속 가능성 가이드라인을 먼저 제시해 해당 의제를 선점하고, 역내 국가 간 공통된 안보의 틀 안에서 가능한 기술 협력의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방안이 논의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일반 국민들에게는 이렇게 당부했다.
앞으로는 원하든 원치 않든 AI와 같이 살아야 하는데요, AI가 본인의 삶 속으로 들어오게끔 마음의 문을 여시되 지적 활동을 AI에 전부 외주를 주지는 마십시오. 자신의 지식과 지적 능력을 믿으시고, AI는 ‘좋은 동반자’ 혹은 툴 정도로 활용하시면 좋겠습니다. 세계 질서가 지금까지와는 달라질 가능성에 대비하시고, 특히 첨단 기술을 중심으로 하는 질서의 개편이 한국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시며 미래 계획을 세우시면 좋겠습니다.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