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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onjung님의 서재
  • 오늘이 내일이면 좋겠다
  • 남유하
  • 16,200원 (10%900)
  • 2025-01-03
  • : 4,875



5년 전 일본의 한 여성이 언니들과 ‘라이프 서클’에 가서 조력사 한 내용의 책 <11월 28일, 조력자살>을 읽었다. 말기 암이나 희귀 난치병을 앓는 이들은 고통스런 삶보다는 존엄한 죽음을 원한다. 극한의 고통 속에 있는데도 죽음에 대한 자기 결정권을 행사하려면 머나먼 남의 나라로 가야만 한다. 그 책을 읽으면서 우리나라에도 조력사가 공론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유사한 책이 출간되었다. <오늘이 내일이면 좋겠다>는 남유하 작가가 말기 암으로 고통 받는 엄마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스위스의 디그니타스로 간 이야기다. ‘디그니타스’는 조력사망이 가능한 나라, 스위스에 있는 업체명이다.


아직 안락사와 존엄사, 조력사가 혼재 사용되는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이 책은 지침서의 역할을 톡톡히 할 책이다. 여기에 ‘선택사’라는 용어까지 소개하여 독자들에게 안락사 관련 최신 어휘까지 접하게 해주었다. 나는 조력사망, 조력자살이라는 단어가 실현되는 방식은 수용 가능한데 낱말 자체에 거부감이 일었다. 그런데 ‘선택사’는 낱말의 느낌도 죽음을 바라보는 시각도 온전히 수긍할 수 있어서 맘에 들었다.


엄마의 선택을 적극 지원한 딸의 행동력과 기록은 한국~디그니타스 여정을 간접 체험하게 함으로써 어떤 이에게는 길라잡이가 될 것이다. 우리도 캐나다처럼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집에서 죽음을 맞이할 날이 오길 바라는 독자라면, 존엄사 관련 법의 입법화에 관심을 가질 게 분명하다. 이처럼 이 책은 평소 자신과 아무 상관 없어 보이는 존엄사 문제를 접함으로서 죽음에 대해 고찰할 시간을 가지게 한다.


우리는 시한부로 살고 있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언제 죽을지를 모르므로 자신은 오래오래 살 것이며 질병으로 인한 고통은 없을 거라 여긴다. 이러한 자만은 자신 혹은 가족 중 누군가가 죽을 것 같은 통증을 겪으면 그제야 존엄한 죽음을, 그에 대한 내 권리를 헤아려 보게 된다. 그러나 우리는 평소에 죽음을 자주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루하루 살기도 바쁜데 존엄하게 죽을 권리를 생각해볼 겨를은 없다고 할지 모르겠다. 그럼에도 늘 죽음을 생각해야 한다.


오늘 떠오르는 아침 해를 내일은 보지 못할 수 있다. 올해 축하한 사랑하는 이의 생일을 내년엔 축하해주지 못할 지 누가 아는가. 엄마가 좋아했던 음식을 먹으며 자주 사드리지 못했다는 회한은 엄마 돌아가신 후엔 아무 소용이 없다. 그렇다. 죽음을 생각하며 산다는 것은 순간을 만끽하는 것이고, 사랑을 표현하며 사는 것이다.


‘오늘이 내일이면 좋겠다’는 작가의 엄마 조순복씨가 디그니타스와의 인터뷰에서 “I want to die, I will die!” 라고 강력하게 표현한 의지에 다름 아니다. 책의 제목을 ‘오늘이 내일이면 좋겠다’로 정한 이유 또한 엄마의 행복을 위해 죽음을 선택해야 하는 모순 때문일 것이다. 죽음으로 가는 여정이 슬플 수밖에 없지만 작가는 엄마를 향한 무한 사랑을, 아빠와 셋이 함께 한 기쁨을 그렸다. 엄마의 죽음 이후 내용으로는 애도 일기와 1주기에 아빠와 떠난 스위스 여행, 그리고 존엄사를 알리고 법제화하는 데에 도움이 되는 활동을 하겠다는 의지를 다짐했다. 참으로 먹먹하면서도 알차고 벅찬 내용이었다.


나는 이 책의 구성이 마음에 들었고 앞 부분에서 엄마를 여덟 장의 사진으로 소개한 것이 특히 좋았다. 사진을 첨부하지 않고 작가의 눈으로 본 사진을 설명하며 엄마의 역사를 기술했기에 독자가 상상할 기회를 주었다. 작가의 애정 어린 시선을 따라 조순복씨의 모습을 그려볼 수 있었다. 독자들도 연세 많은 부모님의 생신을 축하할 때나 돌아가신 후 부모님의 생을 기릴 때 이런 방식을 써보면 어떨까. 자료와 실력 부족으로 책을 내기 부담스러운 사람들에게는 ‘짧은 일대기’로 부담 없이 시도해 볼 만 하겠다.




**위 리뷰는 네이버카페 컬처블룸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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