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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승원님의 서재
  • 계급의 숨은 상처
  • 리차드 세넷.조너선 코브
  • 16,920원 (10%940)
  • 2025-04-02
  • : 2,723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씀.


'아메리칸 드림'은 누구나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신념을 상징한다. 이 신념은 수많은 이민자들이 기회를 찾아 미국으로 향하게 한 원동력이었다. 현재 미국은 여전히 세계 최강국으로서의 위상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국가적 성공 이면에, '누구나 성공할 수 있다'는 명제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아직 남아 있다. 흔한 성공신화의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능력과 노력을 강조한다. 그러나 그 노력의 효용이 모두에게 동등하게 적용될 수 있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계급의 숨은 상처>는 1970년대 리처드 세넷과 조너선 코브가 미국사회의 계급 구조와, 그것이 육체노동자에게 미치는 심리적 영향을 탐구했다. 저자들은 보스턴 지역의 노동자 100여 명과 인터뷰를 통해 직업이 어떻게 계급 분화를 가져오고, 이것이 개인의 자아에 분열과 상처를 남기는지 분석했다. 이 책은 서문, 1부와 2부, 결론 및 세넷의 후기로 구성되어 있으며, 서문만 60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이다. 사회학과 심리학을 넘나들기 때문에 입문자에게는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저자들이 채택한 연구방법론은 통상적인 통계나 수치적 접근 대신, 대화와 경청을 통해 노동자들의 경험을 깊이 이해하고자 했다는 점이다. 이러한 질적 연구 방법은 일반적인 통계로는 포착하기 어려운 정서적 경험과 내면의 상처를 드러내는 데 효과적이었다. 저자들이 발견한 핵심은 능력주의가 가져오는 심리적 결과이다. 직업에 따른 계급 분화는 단순히 외적 조건의 차이를 넘어 개인의 내면에 깊은 상처를 남긴다. 능력주의 사회에서 성공하지 못한 이들은 단지 경제적으로 열악한 위치에 있는 것을 넘어, 자신의 가치와 정체성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를 경험하게 된다.


2025년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이 책은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AI 시대의 도래는 노동의 성격과 계급 구조에 또 다른 변혁을 예고하고 있다. 자동화와 인공지능이 노동시장을 재편하는 현실에서, 우리는 새로운 형태의 계급 분화와 그에 따른 심리적 영향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계급의 숨은 상처>는 단순히 과거의 연구를 넘어, 우리 사회가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는 데 중요한 통찰을 제공한다. 노동의 가치와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이 책은, 기술 발전이 가속화되는 현 시점에서 더욱 긴요한 사회적 성찰의 계기가 될 것이다.


1970년대 초반 노동 계급 가족의 삶을 이야기하는 이 책은 이미 사라진 세계, 즉 수십 년 동안 일자리가 풍부했고, 노조의 영향력이 강력했으며, ‘세계화‘가 생산 현장에서 큰 의미가 없던 세상을 회고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나는 지금 이 책을 다시 읽으면서, 그 시대 최악의 병폐들 가운데 일부가 오늘날 여전히 건재하며, 새로운 자본주의 시대와 발맞추어 더욱 심각한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데 충격을 받는다.- 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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