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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lbi0728님의 서재
  • 별일은 없고요?
  • 이주란
  • 13,500원 (10%750)
  • 2023-04-30
  • : 781

이주란의 소설은 처음 읽어보았다. 이주란의 소설은 큼직한 사건에서 이야기가 가지를 치고 나간다기보다는 잔잔한 일상에 가깝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전형적인 사건 중신의 한국소설이라기보다는 아주 섬세하고 세세하게 인물의 마음을 쓰다듬으며, 독자에게 잔잔하고 촘촘한 위로를 보내는 소설들이었다. 소설 속 주인공들의 결이 비슷하게 느껴질 때도 있어서 때로 헷갈리기도 했으나 모두 다른 잔잔함이었다. 마음에 들었던 작품은 「사람들은」, 「여름밤」이었다.

 

  「사람들은」은 은영과 은영의 이야기다. 누군가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많이 하지 않는 두 명의 은영을 보며 나와 정말 비슷한 인물들이었다. 지인들에게 내 이야기를 하고 싶지만 딱히 할 말이 없다고, 나의 사소한 이야기까지 이야기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 왔다. 그래서 특별한 일이 없는 이상 나는 주로 지인들의 이야기를 듣는 편이다. 몇 년 전, 친구가 내게 "넌 이야기꾼은 아니잖아."라고 했던 게 이런 의미였을까.

 

  「여름밤」은 「사람들은」의 연장선에 있는 작품이었다. 은영이 떠난 이후, 은영을 기다리는 은영의 이야기다. 기다림과 사랑이란 무엇일까. 그런 생각을 해보는 여름밤을 떠올리면 어딘가 아련하면서도 행복하기도 쓸쓸하기도 할 텐데, 이 소설이 딱 그러했다.

 

  『별일은 없고요?』라는 소설집은 여름휴가 때 잔잔한 소설을 읽으며 휴식을 취하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다. 누군가의 마음을 세밀하게 알아봐 주는 사람에게 서로 신세 한탄도 하고 위로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나만 너무 쉽게 부서진 것 같아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P13
그러나 나 역시 할 말이 없었다. 그리고 내가 가진 게 아무것도 없어서 친구들과 할 얘기가 없는 거구나 그런 걸 깨달았다. 나는 친구들의 일상 이야기를 듣는 걸 따라가기에도 벅찰 정도였다. 다 얘기한 것도 아닐 텐데 그런 얘길 한참 듣다보면 내가 먼저 지쳐 있었다. 말을 한 건 친구들이었는데 그랬다 친구들은 중간중간 음료를 마시며 잠시 쉬었고 그런 순간엔 나도 내 얘길 좀 하고 싶었는데 이상하게도 할 얘기가 없었다.- P55
우리는 가졌던 것을 잃었다기보다는 원래 없는 사람들이었고 삶 속에서 어떤 이야깃거리를 발견하는 것조차 버거웠던 듯하다. 그래서 몇 마디 한다고 하는 게 늘 싱겁기만 한 그런 사람들이었다.- P81
보채지 말아요. 파 좀 늦게 썬다고 세상이 무너지진 않는다구요.- P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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