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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lbi0728님의 서재
  • 내 꿈은 날아 차
  • 고선규
  • 15,120원 (10%840)
  • 2023-03-30
  • : 85

중년 여성 심리학자가 태권도를 수련하며 심리학적 재미를 발견하고 그에 관해 이야기하는 에세이. 라는 소개 멘트에 이끌려 골라보았다. 나도 국기원에서 심사받고 품증을 보유한 유품자다. 초등학생 때 약 3년 동안 태권도장을 아주 즐겁게 다녔던 기억이 있다. 유난히 내성적이었던(?) 나는 태권도를 배우며 운동도 하고, 또래와 어울리며 사회성을 배웠다. 사범님과 관장님으로부터 조금 더 깍듯하게 어른을 대하는 방법도 배웠다. 그 태권도장을 다니는 수련생 중에 모난 사람은 없었으므로 인성교육을 정말 열심히 해주셨다는 걸 이제 와 새삼 느낀다. 태권도장을 다니며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간식과 밥을 잘 챙겨 먹은 만큼 움직여서 비만이 아니었다는 점(월수금은 태권도, 화목은 수영, 주말 중 하루는 등산하긴 했다), 키 크는 데에 도움이 되었다는 점이었다.

 

  책에는 무엇이든 쉽게 시작하고 금방 포기해버리는 저자가 태권도는 1년 넘게 수련할 수 있었던 이유, 태권도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 사상, 복장의 의미가 담겨 있다. 중간중간 MBTI, TCI가 언급되기도 하고, 태권도가 어떠한 면에서 치료가 되었는지도 저자가 셀프 분석하여 이야기한다. 5장에는 중년 태권도 수련생들의 간단한 인터뷰도 있다.

 

  이 책을 읽으며 여성이 자기 신체를 어떻게 인식하고 여기는지, 사회는 여성의 신체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었다. 건강보다 미를 중요시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아직 많이 남아 있다. 자기 몸을 얼마나 긍정하는지, 얼마나 건강하게 몸을 움직이고 단련시키는지가 훨씬 중요하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저자가 새로운 분야인 태권도에 도전하면서 성취감과 재미를 느끼고 스트레스 해소하는 모습을 보면서 내가 다 개운했다. 몸이 조금 나아지면 나도 오랜만에 헬스장에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심리학적으로 깊은 내용이 많지는 않아서 편안하게 읽을 수 있을 듯하다. 운동하면 얼마나 좋게요! 하고 운동하게 만드는 에세이 같다. 저자의 농담이 재미있고 깔깔 웃을 만큼 웃겼지만 '발작 버튼'이라는 표현, 있어 보이는 어감이라는 이유로 '검은 띠', '밤 띠'를 '블랙 벨트', '갈색 벨트' 라고 쓴 것은 좀 아쉬웠다.

 

  새로운 스포츠, 혹은 태권도에 도전해보고 싶은 여성, 누워 있는 것을 좋아하지만 몸이 굳는 것이 느껴져서 운동을 시작하려는 여성에게 이 책을 추천해보고 싶다. 책의 판형이 작고 서체의 크기가 넉넉해서 편안하게 읽을 수 있다. 약물과 디자인이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것은 덤이다.

도장 밖으로 나가면 생활 영역 어디에서든 경험치가 쌓일 대로 쌓여 초심자의 마음을 갖기 힘들다. 칭찬을 더 많이 할 수밖에 없고 의사 결정에 따르기보다는 의사결정을 직접 해야 하는 나이다. 그렇다 보니 때로는 내가 틀릴지도 모른 채 지어놓은 매듭을 누군가가 달려와 후루룩 풀어 다시 매주었으면 하고 바랄 때가 있다. 사범님이 매듭을 풀어 다시 묶어주실 때, 중년의 태권도 수련생은 그런 생각에 종종 빠진다.- P58
추하게 늙지 말자는 결심은 자주 나 자신의 말과 행동을 검열하게 만들었고, 그러다 보니 가급적 새로운 사람을 만나거나 새로운 것을 시도하지 않는 편을 선택하게 되었다. 스스로 만든 제약 안에서 노화를 서글퍼만 하고 있는 것은 누구도 아닌 바로 내 자신이었다.- P124
나에게 적용해보자면, 나는 정서를 경험하고 인식하는 과정 중 신체 감각을 통해 정서에 이르는 길에 두꺼운 셔터를 내려놓고 있었고 통증으로 몸이 소리치며 셔터문을 두드리기 전까지 신체감각이 내는 다양한 소리를 외면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던 나에게 태권도는 몸과 마음이 매우 민첩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 마음에만 집중할 때는 알 수 없었던 해결책이 신체감각을 자극하고 몸을 제대로 쓰면서 발견되기도 한다는 걸 깨닫게 한 운동이다. 태권도는 아이들 뿐 아니라 성인들에게도 여러모로 특별한 치료법이 될 수 있다.- P136
수련 과정에서 내 몸을 단련하고 근육의 감각을 깨우고 조절하는 것은 내 몸의 운전대를 내가 잡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노화의 폭풍우가 밀려와 파도가 얼굴을 때려도 예전처럼 많이 두렵지 않다.- P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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