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더듬증, 다운 증후군, 중증 자폐성 장애, 무발화 등 다양한 증상과 사연을 가진 아이들을 만나 언어치료를 하는 저자가 쓴 수업 기록이다. 아이들에게 보내는 편지이자 아이들의 성장 기록이다.
언어치료사인 저자는 아이들을 만나면 유심히 관찰하고 부모와 상담한다. 어떠한 진단을 받았는지, 어떠한 방식으로 언어치료 활동을 할지 세밀하게 대화한다. 어떠한 질환이나 장애, 환경으로 인한 것인지에 따라 활동이 미세하게 달라지기도 한다. 치료사와 치료를 받는 이, 보호자의 무수한 노력과 시도, 치료가 필요하지만, 저자를 비롯한 언어치료사들은 쉽게 포기하지 않는 듯 보였다. 그 꾸준한 마음과 조금이라도 나아질 수 있다는 믿음이 대단해 보였다. 수업 기록이 마무리된 이후에는 저자가 아이에게 보내는 따뜻한 편지가 담긴다. 언어란 무엇일까 새삼 생각하게 되었다. 저자의 언어에 대한 사유와 세상에 대한 사유가 좋았다. 세상에는 무수한 언어가 있다. 목소리가 아니더라도 아주 작은 눈짓, 표정, 손짓, 발짓을 포착해내는 언어치료사가 생각하는 언어란 무엇인지, 언어 치료를 받는 사람들의 언어를 이해하고 있는 저자의 글을 볼 수 있었다. 그런 면에서 언어가 없는 것이 아니라 "숨어" 있다고 표현한 제목이 참 좋았다.
한편으로는 정용준 소설가의 작품이 떠오르기도 했고, 학창 시절에 만난 자폐성 장애인이었던 같은 반 친구가 떠오르기도 했다. 우리 나이로 14살이었는데, 학교에 오면 낯설어서 그런지 몇 가지 단어 말고는 얘기하지 않았다. 가끔 기분이 좋으면 노래를 불렀다. 그 친구에게 조금 더 살갑게 대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할걸. 같은 반이었던 한 학기 동안 나와 내 친구들이 그 아이와 했던 것은 인사와 하이파이브뿐이었다. 무표정하다가도 하이파이브! 하면 엄청난 세기로 손바닥을 마주하던 그 친구는 잘 지내고 있을까.
의사소통 장애를 겪는 자녀를 가진 부모라면 읽고 도움을 받아봄 직하다. 저자의 다른 책도 살펴본다면 좋겠다. 사회의 다양한 구성원에 대한 이해도가 필요한 사람이 읽어보아도 도움이 될 듯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한겨레출판 서평단 하니포터6기)
희아야, 지구는 빙글빙글 돈다.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어. 고양이 한 마리도 절대 지구 밖으로 떨어지지 않아. 우리를 붙들고 있는 중력은 위대해. 왜 이런 말을 네게 하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래.
그리고 희아야, 우주가 아무리 넓다고 해도 별들은 소통하는 법을 몰라. 서로를 모르지. 하지만 우리는 그렇지 않다. - P64
아이들의 사고는 자기중심적이다. 모든 일의 원인을 자기로 돌린다. 그래서 부모가 싸우면 아이들은 잘못된 자기의 행동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쉽게 결론 내린다.
- P111
말은 강물과도 같다. 아이들의 말은 어른들에 의해 받아들여져야 한다. 미숙하다는 이유로 비난받아서는 안 된다. 그래야 막히지 않고 유유히 흐를 수 있다. 앞으로 민이의 말도 그랬으면 좋겠다. - P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