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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lbi0728님의 서재
  • 질문은 조금만
  • 이충걸
  • 14,400원 (10%800)
  • 2023-02-06
  • : 308

GQ 코리아 등 잡지사의 편집장으로 오랜 기간 일해온 저자의 인터뷰집이다. 가수 최백호, 프로 야구선수 강백호, 법륜 스님, 코미디언 강유미, 죽음에 관해 이야기하는 정현채 교수, 강경화 전 외교부 장관, 1세대 디자이너 진태옥, 피아니스트 김대진, 시인 장석주, 피겨 스케이팅 국가대표 차준환, 연극배우 박정자의 인터뷰가 담겼다. 내가 잘 모르는 인물이 많아서 약간의 호기심을 가지고 읽었다. 나에게 익숙한 인물은 강백호, 강유미, 강경화, 장석주, 차준환 정도였다. 다양한 연령대의 독자가 읽게 될 것 같다. 2021~2022년에 인터뷰를 진행한 것 같았다.

 

  저자는 인터뷰를 진행하며 인터뷰이만의 언어를 포착하고 채집하려고 집중한다. 보통의 인터뷰와는 다르게 이들의 불안을 보고 싶어 한다. 사람의 내면을 알기 위해서는 결핍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인터뷰이들의 내면은 마냥 어둡지만은 않았다. 이들의 언어를 들으며 중간중간 정리하는 문장이 있었는데, 저자의 문장이 돋보이기도 했다.

 

  기억에 남는 인터뷰는 강백호, 법륜, 강유미, 강경화, 차준환이었다. 강백호는 개인적으로 좀 안쓰러운 마음도 들었다. 기아의 맹덴이 인터뷰에 언급되는 걸 보면 2021년에 인터뷰한 것 같은데, 도쿄 올림픽 전인지 후인지는 몰라도, 그 해에 유독 욕을 먹었던 게 기억난다. 그래서 더욱 말할 때 조심하는 게 느껴졌다. 저자가 강백호가 축약하고 축약해서 단답형으로 말해서 쓸 것이 없으면 어쩌나 걱정하는 걸 보니 더더욱 선수가 마음 고생한 게 느껴져 안타까웠다. 나는 법륜 스님을 잘 모르는데, 말씀을 읽고 있자니 마음이 아주 편안해졌다. 내 생각과 아주 잘 맞는 부분도 있었다. 강유미의 인터뷰는 중간에 너무 웃긴 지점이 있었다. "그 뒤론 제 차에 폭탄이 설치돼있나 괜히 뒤져보기도 하고, 이상한 영화적인 상상도 하고 그랬는데 저 같은 찌끄레기는 별로 신경도 안 쓰시는 것 같아서 잘 먹고 잘 살고 있습니다. (124쪽)" ㅋㅋㅋㅋㅋㅋㅋ 난 강유미의 화법이 웃기다... 강경화의 인터뷰는 우아하면서도 어딘가 호탕한 기세가 느껴져서 좋았다. 아래에 인용한 문장 외에도 "저는 최초의 여성이 되고 싶어 했던 적이 없습니다. 그냥 저한테 기회들이 왔을 뿐이고, 이제는 그런 수식어가 필요 없는 세대가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186쪽)" 등의 말이 좋았다. 차준환의 인터뷰는 담담하면서도 자신감이 느껴져서 좋았다.

 

  보통 인터뷰집이라면 인터뷰이의 소개가 짧게나마 적혀 있을 법도 한데 이 책은 그렇지 않다. 차례 면에 심플하게 인물을 나타내는 수식어가 있고, 인터뷰 시작 전에 사진 한 장, 그 아래에 인터뷰에서 추출한 말귀 하나가 적혀 있을 뿐이다. 『질문은 조금만』이라는 제목처럼 책의 디자인도 내용도 아주 간결하게 표현되었다. 조금은 색다른 인터뷰를 보고 싶다면, 혹은 11인 중 관심 있는 인물이 있다면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작가만의 문체와 언어가 느껴지는 인터뷰집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인터뷰는 자기를 보호할 수 없는 장르라서 제대로 구사한다면 달려갈 곳도 숨을 곳도 없다. - P7
강백호를 만나기 전에 공포 하나가 있었다. 어떤 질문을 해도 오래 고민하다가 완전히 축약된 단답으로 말하면, 나는 쓸 것이 없는 말들에 너무 괴로워하다가 시간을 다 쓸지도 모른다는. 강백호는 어휘를 뚜렷하게 발음하지 않았다. 악센트를 강조하지 않아 문장이 전부 섞인 것처럼 들리기도 했다. 그러나 그 말을 알아들을 수 있다면 요즘 소년들의 세태를 다 섭렵한다는 이야기 아닌가. 어느 순간, 그 얼굴에 눈 앞의 모든 것을 이해하고 싶어 단어를 찾는 성장기 소년이 보이자 공포가 싹 달아났다.- P63
"저 힘든 세월 많이 겪었습니다. 이제는 법 제도 면에서, 평등 관련해서 웬만큼 갖췄다고 생각하는지 인식은 아직도 갈길이 멀죠. 제가 외교부 장관으로 있는 동안, 같은 값이면 중요한 자리에 여성들을 많이 등용했습니다. 근데 제가 퇴임하는 날, 퇴임식도 못하고 그냥 쭉 돌면서 계단에서 간부들하고 사진 찍고 차 타고 나왔는데, 나중에 보니까 제 뒤에 다 남자였어요."
대한제국 단발령 반대 구호가 100년 뒤에 들리는 이 기분은 무엇일까.- P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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