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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lbi0728님의 서재
  • 내게 남은 사랑을 드릴게요
  • 이유리 외
  • 14,220원 (10%790)
  • 2023-01-30
  • : 2,236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감정전이, 소음(폴터가이스트), 인공피부, 크고 작은 구원 서사, '염'을 하는 로봇의 헤아림. 생각보다 장르와 소재가 다양해서 짧은 시간 만에 읽을 수 있었던 앤솔러지였다. 연인과의 애정, 우정, 누군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마음과 환대, 헤아림. 우리가 요즘의 삶을 살아가면서 추구하고, 그래야만 하는 가치가 여기에 있다. 다양한 형태의 사랑을 여러 가지 소재로 그려낼 수 있다니. 감탄하고 공감하며 읽었다.


  이유리 작가의 「내게 남은 사랑을 드릴게요」에서는 마지막에 마음이 쿵, 했다. 약간의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내용은 더 말하지 않겠지만, 그 순간 수진이 느낀 감정은 나보다 더 크지 않았을까. 김서해 작가의 「폴터가이스트」에서는 현수에게 괜스레 고마웠다. 세인의 이야기를 남에게 듣지 않겠다고 약속해주어서. 김초엽 작가의 「수브다니의 여름휴가」 속 서술자의 태도에 동의했다. 다른 사람이 어떻게 받아들이든 내가 원하는 것을 추구하는 사람들을 존중하는 마음이 좋았다. 설재인 작가의 「미림 한 스푼」에서는 미림과 주경이 서로를 구원하는 서사가 참 좋았다. 특히 미림이 주경을 떠올리며 무엇을 해줘도 아깝지 않은 마음에 대해 생각하는 장면에 울컥했다(인용 212쪽). 천선란 작가의 글은 이제 두 번 읽어보았는데, 결말에서 또 울 뻔했다. 결말 장인이신가. 「뼈의 기록」에 등장하는, 누군가를 헤아릴 줄 아는 로비스가 죽음을 깨닫는 장면이 유독 슬펐다.


  이다지도 소중한 감정들을 담은 이야기를 만날 수 있어서 기쁘고 행복했다. 노래 '내게 남은 사랑을 드릴게요'가 자꾸만 떠오르고, 인물들이 떠올라서 다시 읽게 될 것만 같다. 자이언트 픽을 다시 만나려면 1년을 기다려야 한다니 아쉽다. 앤솔러지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내게 있는 사랑의 총량이 얼마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게 남은 사랑은 모두 다 너에게 줄게." 할 것만 같아서 마음이 벅차다. 다 읽고 나서 금박이 반짝거리는 이 예쁜 책을 한참이나 빛에 비추어보며 만지작거렸다. 곧 발렌타인데이이니 소중한 사람에게 선물하기도 좋겠다. 같이 읽고 사랑에 관해 이야기 나눠보는 것은 어떨까. 이 책을 초콜릿처럼 꺼내먹어요···. 큼큼.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나는 성재를 안은 팔에 힘을 꽉 주며 생각했다. 바깥에서 어떤 고통과 수모를 겪어도 나는 견딜 수 있다, 성재가 기다리는 이 집으로 돌아올 수만 있다면. 나는 언제든 성재를 만날 수 있고 성재와 맛있는 음식을 먹고 함께 몸을 씻은 뒤 잠을 청할 수 있다. 오늘도, 내일도, 아마 죽을 때까지 평생. 그 사실을 되새기자 기쁘고 행복해서 마음 깊은 곳이 파들파들 떨렸다. 감히 내가 이런 걸 누려도 될까.- P26
"애들이랑 있다가 너랑 있으면 물에 딱 들어갔을 때랑 비슷해."- P108
언젠가는 다시 그 거리로 돌아가야 할지도 모르겠어요. 싫지 않았거든요. 무언가가 되고 싶다는 마음에 자기 온몸을 바치는 사람들을 만나는 일이요. (···)

다른 사람들이 그걸 받아들이든 받아들이지 않든, 수브다니에게는 중요하지 않았던 거예요.

- P167
너를 위해 누군가가 시간과 힘을 쓰는 날이 생길 때도 있단다. 그것이 금세 무용해진다 하더라도 그 누군가는 별로 상관하지 않고, 그저 네가 원했으니까, 너라는 사람이 이 결과를 필요로 했으니까 노력을 기울였을 거야. 살다보면 아주 가끔 그런 생각을 마주하는 때가 있어서, 그게 나머지 오천이백만 겁의 허름하고 꾀죄죄한 결들을 잊게 만들지.- P212
로비스의 전원을 끄기 직전, 로비스는 모미가 이제 성간우주에 돌입했다는 계산을 해냈다. 그리고 그 순간 로비스는 이제 죽음이 무엇인지 깨닫는다. 죽음이란 모두 같은 모습을 하고 있지만 모두에게 다르며, 볼 수 없는 존재의 삶을 끊임없이 보고 있는 뼈의 아름다움과 같은 것이로구나.- P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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