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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mumhumm
  •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은
  • 정은우
  • 12,420원 (10%690)
  • 2018-02-15
  • : 1,596

  정은우 작가님의 책은 이것으로 두 번째 읽어보았습니다. 먼저 읽어보았던 <아무래도 좋을 그림>과는 꽤 다른 내용이었습니다. 두 권 모두 여행과 만년필 그림이라는 소재를 가지고 가지만 방식에서 차이가 있었습니다. 뭐랄까요. 이전에는 여행지에 대한 정보가 가득한 느낌이었다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은>은 추억이 실린 느낌이었죠. 떠나는 곳이 어디든 아니, 떠나지 않더라도 여행을 하는 기분을 들게 만드는 상쾌함이 느껴졌습니다.


  체리는 많았고 대륙은 넓었다. 한참을 승부에 몰입하고 있을 때 그녀가 말했다.


  "진짜 휴가 같다."


  그 순간 모든 것이 한눈에 들어왔다. 내가 지금 무슨 이유로 여기에 왔는지 알게 되었다. 

  단단찬 철로 침목 사이로 돋아난 패랭이꽃과 왠지 추운 지방이 어울리는 자작나무, 폭죽처럼 터지는 햇살과 볼에 와닿는 달고 시원한 바람.


  다른 이의 생생한 추억은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그 때 그 순간으로 빠져들게 하는 마법 같은 힘이 있습니다. 휴가지에 갔던 게 언제쯤이었을까요. 한 2년은 한국, 그것도 대체로 서울 복판에 묶인 채로 생활한 것 같은데 말이죠... 저 마지막 문장을 읽는 순간 상쾌한 바람이 불어오며 생생한 풍경이 눈앞에 펼쳐지는 듯했습니다. 떠나고 싶다, 는 생각이 절로 들었죠. 


  그리고 덩달아 지난 추억을 떠올렸습니다. 제게도 있었죠. 좋아하는 친구들과 함께 타국에 놀러갔던 경험. 첫날 밤 짐을 끌러놓고 맥주를 마시러 나가던 순간의 기억은 절대 잊을 수가 없네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은>을 읽으며 얼마나 많은 추억 여행을 떠났는지 모르겠습니다. SNS를 전혀 하지 않는 저는 정말 최소한의 사진만을 찍어가며 시간을 보냈었죠. 어떻게 보면 남은 사진이 많지 않아서, 뭘 했나 싶기도 합니다만 분명히 남아 있습니다. 야간열차에서 밤새 맥주를 마시던 기억, 타국의 험한 산길에서 트래킹을 했던 기억, 처음 만난 사람들과 노래를 불러재꼈던 기억...


  어떤 일본 약국 직원이 한국인들은 단체로 근육통을 앓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던데 그 이야기가 전혀 우스개가 아닐 것 같다. 


  돌아온 후 추억할 수 있다면 우리는 영원히 여행 중이다. 


  마음에 쏙 드는 문장이 있었습니다. 네. 저는 다녀온 사람입니다. 물론 다시 떠나고 싶지만, 한번 다녀왔기 때문에 추억하며 계속해서 여행할 수 있죠. 왜 잊고 있었을까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저는 언제든 떠날 수 있습니다. 그곳에서 사진을 찍는 대신 몸에 새겼기 때문이죠. 오랜만에 좋은 추억을 되살릴 수 있었습니다. 다른 분들께서도 꼭 한번 읽어보시며 여행을 떠나시면 좋겠네요. 모두...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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