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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마음으로 마지막 페이지를 덮게 되리란 기대는 전혀 하지 못했습니다.
사건이 아니라 탐정 자신이 주인공이 된다는 점에서 <유랑탐정 정약용>은 매우 특별한 탐정물입니다.
보통 탐정은 사건 밖에서 객관의 시선으로 실체를 밝혀내는 존재입니다.
유독 마을 속으로 들어가는 형태의 구조가 많은 이유도 사건이 '이곳'이 아니라 '그곳'에 있기 때문이지요.
사건이 마무리가 된들 탐정 개인의 드라마는 끝나기 않기에 탐정물은 필연적으로 시리즈물이 되게 마련입니다.
(저는 시리즈물이 아닌 탐정물이 잘 떠오르지 않네요...)
하지만 <유랑탐정 정약용>은 단 한 편으로 마무리 되는 드라마입니다.
자신의 사건을 해결하는 탐정의 이야기인 셈이죠.
해서 저는 이 이야기를 읽으며 드라마물에서나 느낄 법한 감동을 받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스포일러를 풀 수는 없지만 정말 눈물 없이는 못 덮을 이야기였습니다.
(왜 ㅠㅠ 아무도 로맨스가 있다고 말해주지 않았습니까 ㅠㅠㅠㅠ)
이 점이 김재희 작가님의 대표작 <경성탐정 이상>과 가장 다른 부분이라고 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영화 <조선 명탐정>과도 그런 점에서 결이 매우 다릅니다.
<조선 명탐정>의 탐정 김민(김명민)에게도 드라마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시리즈가 계속되기 위해 김민은 결국 코미디로 무마하며 사건을 빠져나오기 때문입니다.
ㅠㅠㅠㅠ <유랑탐정 정약용>은 이 한 편으로 끝입니다.
정말 다음은 없다는 심정으로 끝까지 달리죠.
정약용 선생님이 오랜 유배 생활 끝에 생을 마감했다는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만...
김재희 작가님이 붙여 놓은 이 주석과 같은 이야기 덕분에
단순히 사실로만 접했을 때와는 전혀 다른 감상이 남게 되었습니다.
엔딩 장면을 떠올리면 또 눈물이 날 거 같네요.
모두 사회상을 상세히 묘사한 덕분인 것 같습니다.
확실히 국사를 공부하기 위해 읽었던 한 줄,
'민초들은 고된 삶을 보냈다'만으로 접했던 것과는 감상이 달랐습니다.
특히 무당의 비애와 계급사회 속에서 평등 사회를 이룩하려는 자들의 괴리를 표현한 부분이 좋았습니다.
추리소설로서의 재미 외에도 얻을 수 있는 감동이 참 많은 소설이었습니다.
김재희 작가님의 다음 작품이 또 기다려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