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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mumhumm
  • 빛나는 말 가만한 생각
  • 김별아
  • 13,500원 (10%750)
  • 2017-11-20
  • : 143

"인생에는 두 가지 길이 있다.

하나는 기적은 없다고 믿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모든 게 기적이라고 믿는 것이다."



  아인슈타인의 유명한 명언이다. 이미 접한 바 있었고, 이제는 조금 시시해진 말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작가님의 '가만한 생각'을 읽은 후 생각이 바뀌었다. 시시해진 건 어쩌면 말이 아니라 나 자신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김별아 작가님은 말한다.



"'감사한다'의 반대말은 '감사하지 않는다'가 아니라 '당연하게 여긴다'이다.

무언가를 누리는 일을 당연하게 여기게 되면 뻔뻔해진다.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더 많이 누리지 못함을 불평한다. 

삶이 당연해지면 이윽고 지루해진다.

지루함을 이기기 위해 더 자극적인 오락을 찾아 헤맨다.

기적을 믿지 못하기에 기적을 모사한 '한탕'을 꿈꾼다."



  뜨끔했다. 나는 이 말, 저 말, 모든 말을 너무 당연하게 생각했다. 그저 케케묵은 소리 취급한 것이다. 격언은 내게 훈계와 다르지 않았다. 훈계는 한 귀로 흘러들어와 다른 귀로 빠져나갔다. 지금에 와 생각해보니 감정이 조금 흔들린다. 얼마나 많은 말들이 그저 바람처럼 스쳐지나간 걸까. 생각보다 많은 걸 놓쳐버린 건 아닐까.

  작가님의 글을 읽고 아인슈타인의 말을 다시 한 번 바라보았다. "인생에는 두 가지 길이 있다. 하나는 기적은 없다고 믿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모든 게 기적이라고 믿는 것이다." 나는 기적과 같은 일에 항상 기뻐했다. 그러나 기적은 비일상, 흔한 것이 아니었다. 내게 일상은 발에 채는 흔한 것이어서 지루했고, 그래서 벗어나고 싶은 것이었다. 기적은 그래야만 벌어진다고 생각했다. 

  ... 얼마나 바보 같았는지. 비일상만이 기적이 되면 일상은 기적과 멀어진다. 나는 기적을 좇느라 더 많은 기적을 놓쳐버렸다. 주워담고 싶지만 이미 엎어진 물이다. 


  나를 울린 대목이 또 있다.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말이다.



"집이 불타지 않게 해주세요.

폭격기가 뭔지 모르게 해주세요.

밤에는 잘 수 있게 해주세요.

삶이 형벌이 아니게 해주세요.

엄마들이 울지 않게 해주세요.

아무도 누군가를 죽이지 않게 해주세요.

누구나 뭔가를 완성시키게 해주세요.

그럼 누군가를 믿을 수 있겠죠.

젊은 사람들이 뭔가를 이루게 해주세요.

늙은 사람들도 그렇게 하게 해주세요."



  이 대목은 말만으로도 충분했다. 정말 홀로서도 눈부시게 빛나는 말이었다. 소원, 소원은 빛나 마땅하다고 생각했다. 작가님은 여기에도 가만한 생각을 덧댄다. 서정시를 쓸 수 없게 되어버린 현재, 우리가 쓸 수 있는 시는 기도뿐이라고, 침묵으로도 얼마든지 이야기할 수 있다고 말이다. 

  두 눈을 감고, 아이들의 기도를 다시 떠올렸다. 폭격기에서 폭탄이 투하됐고 집이 불탔다. 잠 못 드는 밤이 이어졌고, 엄마는 아이를 부둥켜 안았다. 아이를 데리러 나간 아버지는 며칠 밤낮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았다. 아니, 못 했다. 그곳에, 바로 그곳에 작은 소망이 있었다. "뭔가를 이루게 해주세요." 아무것도 이뤄지지 않는 곳에서만 품을 수 있는 소망이었다. 


  나는 이 책 덕분에 수많은 말들을 다시 보았다. 눈이 트였고, '지긋이' 바라보는 법에 대해 알게 되었다. 책을 모두 읽고 난 후에는 다시 첫 장으로 돌아왔다. 맞다. 세상은 기적 투성이다. 무엇 하나 당연할 게 없는 이 세상을 다시 볼 수 있게 되어서 기쁘다. 뭉클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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