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神童)
우리가 종종 매스컴에서 만나게 되는 특별한 재주를 가진 아이를 일컫는 단어입니다.
그들은 남들보다 뛰어난 능력으로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이목을 집중시키죠.
세간의 관심이 식으면 어느새 잊히고 맙니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그들은 이후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가끔 생각하게 됩니다.

[천재와 거장]이라는 책을 읽으며 문득 떠오른 질문은 바로 이것입니다.
'창의성은 발견하는 것인가, 발전시키는 것인가?'
이 책은 빠른 시간에 재능을 나타내는 개념적 혁신가와
나중에 두각이 드러나는 실험적 혁신가를 분석하는 내용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저자는 이 둘의 차이를 이해하기 쉽게 단거리 주자와 마라토너로 비유하고 있지요.
단번에 멋진 작품을 나타내느냐 완벽한 작품을 위해 끊임없이 수정을 되풀이하느냐.
저는 그렇게 이해하였습니다.
[천재와 거장]의 저자 데이비드 W. 갤런슨은 특이하게도 경제학자입니다.
시카고대학 경제학과 교수이자 전미경제연구소 원구원이라고 소개되어 있지요.
그가 왜 산술과 통계의 경제학과 거리가 먼 예술분야에 관심을 가졌을까요?
그는 서문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혁신이 예술에서 진정한 원천이라는 점을 인식하면
폴 고갱, 로베르 들로네 그리고 위대한 화가가 되고자 했던
다른 많은 사람의 생애주기의 핵심에 대해 정확히 이해할 수 있다.
예술가들의 작품 질이 나이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에 대한 질문은
예술가들이 혁신적인 모습을 드러낸 연령대가 다양한 이유가 무엇이냐
라는 질문이라 할 수 있다.
이 연구의 과제는 바로 이 질문에 대답하는 것이다.
<천재와 거장> 中에서
따지고 보면 그는 이 질문에서 출발한 것 같습니다.
'왜 같은 예술가인데 성공하는 시기는 서로 다른 걸까?'
그리고 그는 천재에 가까운 개념적 혁신가와
거장에 가까운 실험적 혁신가의 차이를 발견한 것이죠.
이 책에 등장하는 수많은 예술가들은 주로 화가이기는 하지만
때로 조각가나 소설가와 시인, 영화감독들도 등장합니다.

경제학자가 쓴 책이라 도표 자료가 꽤 눈에 띕니다만,
그래서 정리가 더욱 쉽게 되는 잇점도 있네요.
저는 소설작가와 영화감독들이 등장하는 6장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처음에 이 책을 읽기 시작할 때는 그 의도를 잘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초반엔 개념이 잘 잡히지 않아 난해했어요.
그런데 읽다 보니 이 책이 말하려는 게 무엇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천재와 거장]이 되는 일은 누구나 가능하다는 사실입니다.
창의성이란 날카롭고 번뜩이는 천재의 특징이기도 하지만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매 순간 다듬어나가는 거장의 특성이기도 한 것이죠.
누구에게나 꽃을 피우는 계절은 있습니다.
꽃이 이르게 피는 사람도 있고 늦게 만발하는 사람도 있을 따름입니다.
그 이야기를 이 책은 하고 싶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의 마지막 부분엔 '창의성 진단 표'도 수록되어 있으니
자신의 스타일을 한번 찾아보는 것도 좋겠네요.

태어날 때부터 준비된 인재였던 신동은 세상의 관심을 뒤로하고
자신만의 세상을 구축해 나가고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거침없이 표현해 나가는 천재와
연결되는 아이디어를 조금씩 천천히 맞춰나가는 거장처럼요.
우리는 모두 각자의 속도대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영리하고 빠르게 익혀나가는 천재의 시간을 지나
지혜롭고 뭉근하게 데워내는 거장의 시간을 사는 것이 아닐까요?
위대한 창의성의 비밀을 밝혀나가는 [천재와 거장]을 읽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