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시대.
'장수長壽'라는 단어가 이제는 보편화된 사회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누군가에게는 축복과 기쁨으로 다가오는 반면
누군가에게는 지루하고 고단함을 뜻하는 단어로 느껴질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수많은 시간을 살아가며 어떠한 것들로 삶을 채워나가고 있을까요?
오늘은 구십의 세월이 전하는 인생수업이 담긴 책을 소개해보려 합니다.

[문이 닫히면 어딘가 창문은 열린다]의 저자 김욱 작가는 곧 아흔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는 한국의 손에 꼽히는 명문대를 나와 유수의 신문사에서 기자로 활동하였으나
퇴직 후 손댄 투자에 실패하여 일흔을 나이에 묘막살이를 하며 생계를 위해 시작한
번역일이 어느새 200권을 넘겼으며 또 몇 권인가 자신이 쓴 책을 내기도 하였습니다.
남들은 이제 삶을 정리하는 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텐데 절로 존경의 마음이 듭니다.
[문이 닫히면 어딘가 창문은 열린다]는 저자가 살아온 지난 시간들을 반추하며 깨달은
생각과 소회를 담은 에세이입니다.
지나고 보니 흘러간 시간들 속에서 미처 이루지 못한 꿈과 희망에 대해 저자는
한 글자 한 글자 꾹꾹 눌러 담아 써나갔다는 느낌이 듭니다.
일흔 살의 내가 할 수 있었던 일을 스무 살의 내가 하지 못했을 리 없다.
단지 나는 비겁했을 뿐이다.
스무 살에 이루지 못한 꿈을 서른에, 마흔에, 쉰에, 예순에도
돌아보려 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후회하고 아파하며 삶의 끝자락에서 떠나버린
꿈이라도 돌려볼까, 앙상한 고목 나뭇가지 같은 팔꿈치를 휘두르며
아직 내 손이 닿지 않은 흰 종이 한 장을 찾아 헤매는 중이다.
<모든 것을 잃은 후에야 다시 꿈을 꾸게 되었다> 中에서
평생을 글쓰기로 살아온 노작가의 문장은 간결하면서도 단정하며 다정하기도 합니다.
글을 읽는 내내 '나는 이렇게 살아왔지만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은 그리 살지 마소'라며
격려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또 좀더 지혜롭게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 알려주는 느낌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은 '인생수업'이라는 부제가 붙었나 봅니다.
다시 스무 살로 돌아가면 더욱 치열하게 살아가리라,
다시 젊음의 청춘 시절이 주어진다면 기회를 놓치지 않으리라,
하지만 그 앞에 주어진 시간은 헤아릴 정도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자는 살아가는 동안 더 감사하고 더 나은 사람이 되리라 말합니다.
희망할 수 있는 것은 오직 하나, 나의 변화뿐이다.
매일 조금씩 달라지고,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어가는 내 모습.
그 모습을 희망할 수 있는 유일한 하루.
그날이 오늘임을 감사히 여길 줄 아는 사람으로 만들어가는 것.
그것이 내가 바라던 일의 전부였음을 나는 너무 늦게 알아버렸다.
<최악의 악몽은 더 이상 꿈꾸지 않는 나를 발견했을 때였다> 中에서
나이가 드니 솔직해져도 부끄럽지 않아서 좋다는 저자는 이 책에서 자신의 삶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누군가의 무엇으로 살아왔던 껍질을 벗어버리고 오롯이 '나'라는 사람으로 살아가는
저자의 글을 읽으며 저는 어떤 이야기를 남기는 사람이 되어야 할까, 고민해 봅니다.
아직은 더 실패해도 괜찮다고 거기서 다시 시작하면 된다고,
이미 살아본 내가 잘 안다며 마치 이웃집 할아버지의 응원을 받는 느낌이 듭니다.
이 글을 읽는 누군가가 존재한다면, 그는 내가 흔든 날갯짓이다.
그가 가는 곳에 나도 따라갈 것이다.
이 작은 날갯짓이 누군가를 흔드는 바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 작은 바람에 몸을 싣고 어딘가로 날아오르고 싶은 기분을
느껴준다면 좋겠다.
이 높고 넓은 세상으로 나아갔으면 좋겠다.
그곳에서 정제되지 않는 삶을, 완성되지 않은 시간을 누렸으면 좋겠다.
멈추지 않는 걸음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을 하면 나는 지금 아주 많이 행복하다.
<바닥까지 떨어지고 나서야 내가 용감한 사람임을 깨달았다> 中에서

오래 산다는 것은 몸뿐만 아니라 마음의 준비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이토록 나와 함께 오래 산 모든 것들과 작별할 마음의 준비랄까요?
맑고 또렷한 정신으로 제대로 된 이별을 고하고 싶습니다.
그것이 허락되지 않는다면 지금부터라도 조금씩 삶을 기록해야겠지요.
누군가 알아주지는 않아도 내 삶의 주인공은 바로 '나'이니까요.
그렇게 기록들을 쌓다보면 나는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 알아차리게 될지도 모릅니다.
당신은 어떤 삶으로 마무리를 짓고 싶은가요?
90세 현역 작가가 알려주는 인생 수업 [문이 닫히면 어딘가 창문은 열린다]를 읽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