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를 잘 모를 때 어디선가 주워들은 '표리부동'이라는 사자성어의 뜻을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어딘가 표독스럽고 잘 움직이지 않는다.'
그래서 남들과 잘 어울리지 않고 사악한 마음을 가진 사람에게 쓰는 말.
한자가 아닌 한글로 이해했던 모양입니다.
물론 그런 뜻이 아니란 건 한자를 배우고 나서야 알게 되었지만 종종 멋대로 한 해석이 떠오르곤 합니다.
우리는 예전부터 전해 오는 관용구나 속담을 습관처럼 쓰고 있습니다.
그런데 거기에 어떤 뜻이 담겼는지 알고 쓰고 있을까요?
오늘은 생각 없이 쓰는 말들의 뜻에 대해 알아보는 책을 소개하려 합니다.

[이런 뜻이었어?]는 우리가 무심코 쓰는 옛말이 가진 뜻을 한번 살펴보는 책입니다.
저자인 별 작가는 사람들이 사용하는 관용어나 속담 속에 담긴 의미가 과연 상황에 맞게
적절히 사용하고 있는지에 대해 고민해 보고 그 맥락을 짚어보게 되었다고 합니다.
수박 겉핥기처럼 대충의 의미만 알고 쓴 문장이 알고 보면 무시무시한 의미를 지녔다거나
혹은 권위 있어 보이는 사람이 쓴 말이니 그럴싸해 보여서 썼는데 나중에 가짜였다거나
그런 경우를 종종 겪지는 않았는지요?
저자는 옛말을 인용할 때는 두 가지를 고려하라고 말합니다.
하나는 '모르는 게 약'이지만 '아는 게 힘'이라는 말처럼,
대부분의 옛말엔 그와 동등한 무게감을 지니면서도
정반대의 뜻을 지닌 또 다른 말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고려해야 할 또 다른 하나는
자연스럽게 '상황' 또는 '맥락'이다
연설이나 강의하는 사람에게 '침묵은 금'이라는 말은 할 수 없잖은가!
나아가 특정 옛말이 만들어진 배경까지 안다면, 더없이 좋다.
<이런 뜻이었어?> 中에서
책 속에 실린 문장들은 총 62가지입니다.
찬찬히 읽어보니 격언이나 명언, 속담과 관용어 그리고 특이하게도 성경구절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저는 종종 입버릇처럼 '겨자씨 한 알만큼의 믿음'이란 문장을 쓰곤 하는데
마침 이 책에도 '겨자씨만 한 믿음만 있어도 산을 옮길 수 있다'는 구절이 있어 읽었습니다.
'겨자씨'는 아주 작습니다. 자세히 들여다봐야 눈에 보일 정도지요.
그러니 아주 작더라도 믿음을 가지면 겨자나무처럼 큰 믿음이 자나란다는 뜻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매일 조금씩 작은 믿음을 더해가면 언젠가는 커다란 믿음을 이룰 수 있다고요.
그런데 저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겨자든 사과나무든, 씨앗의 종류는 상관없다.
씨앗의 크기도 상관없다.
중요한 건 '씨앗'이, 즉 씨앗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있기만 하면 된다.
크든 작든 모든 종류의 씨앗은 특정 나무로만 자란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나듯,
특정 나무로 자랄 확률이 100%다.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불안감'과 '의심'은 단 1%도 없다.
99%는 필요 없다.
단 1%의 불안감과 의심도 없는 '100%의 믿음'을 가지고
'행동'하기만 하면 된다는 말이다.
<겨자씨만 한 믿음만 있어도 산을 옮길 수 있다> 中에서
100%의 믿음!
그렇군요. 의심이라곤 절대 없는 상황!
사과 씨앗을 심으면 당연히 사과나무로 자라는 것처럼 오직 믿기만 하는 것입니다.
포도 씨앗에서 포도가 나는데 왜 포도가 나왔느냐고 묻지 않는 것처럼요.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 씨앗을 심어야 열매를 얻을 수 있는 법입니다.
말로만 '이건 겨자씨다, 포도씨다'라고 해봤자 심고 가꾸고 거두는 노력이 없다면
그 씨앗은 아무것도 아닌 것입니다.
지금 예수님께서 제 곁에 있으시다면 아마도 이렇게 말씀하실 것 같네요.
"내가 언제 그런 뜻으로 말했니?"

[이런 뜻이었어?]는 익히 귀나 입에 익은 옛말들을 톺아보며 의미를 이해하기 쉽게 풀어줍니다.
책을 읽으면서 그저 문장이 가진 오류나 어원 정도만 설명할 거라던 저의 막연한 상상은
읽는 내내 속절없이 부서지고 말았습니다.
오히려 속담이나 명언, 경구들이 가진 속뜻을 통해 사유의 깊이를 더하는 책이었습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보려다가 호되게 매운맛을 본 느낌입니다.
역시 장맛은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듯 책은 읽어봐야 제맛을 알 수 있는 법이네요.
무심코 쓰는 문장들의 참의미를 알고 싶지 않으신가요?
[이런 뜻이었어?]를 한번 읽어보시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아' 다르고 '어' 다른 말의 의미를 곱씹어보는 [이런 뜻이었어?]를 읽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