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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혜의 서재
  • 한국의 일러스트
  • 이종수
  • 13,950원 (10%770)
  • 2024-10-04
  • : 647

새하얀 화선지 위로 짙게 번져가는 새까만 먹물

붓끝에서 힘차게 뻗어나가는 대나무의 기상과 살포시 피어나는 매화의 요염

한국화를 떠올리면 늘 묵은 종이 위로 스쳐간 붓의 옅어진 흔적을 연상하게 됩니다.

서양 미술작품에서 보이는 화려함과 달리 한국화는 비슷비슷한 구도와 색채, 읽기 힘든 한자 등으로

고리타분하게 느껴질 뿐이었어요.

한국화와 친해질 방법은 없을까요?

오늘은 누구나 한국화를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에 대해 소개해보려 합니다.



[한국의 일러스트]라는 제목에서 한국의 옛 그림을 떠올릴 수 있는 사람은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책의 저자이자 미술사학자인 이종수 작가는 예쁘고 선명한 이미지를 뜻하는 '일러스트'라는 단어를 통해

한국화의 고정관념을 깨고 좀 더 다른 시각으로 다양한 한국화를 만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제목을 이렇게 지었다고 말합니다.

비록 인쇄된 종이 위에 실제 그림이 보여주는 색감과 구도를 다 담을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그림 속에 담긴 숨은 뜻만큼은 마치 도슨트 받는 느낌이라 흥미롭게 감상할 수 있었어요.



책은 역사 속에 잘 알려진 화가, 김홍도나 신윤복, 정선, 신사임당 등의 그림과 함께

잘 알려지지 않은 작가들의 작품을 포함 총 73점이 실려있습니다.

저자는 인체의 오감을 비롯하여 심상, 마음까지 모두 열어서 감상할 것을 권하고 있습니다.

물론 실제로 냄새가 나거나 소리가 들리지는 않겠지만 작가가 그림을 통해 보여주고 싶은 것을

마음의 창을 통해 모두 받아들이고 상상해 보기를 바란다는 뜻일 테지요.

실제로 저는 심사정의 <삼일포>라는 그림을 보며 겨울의 정적이란 이런 게 아닐까,

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림 속에 그려진 하얀 점 같은 눈송이가 실은 세월의 흐름 속에서

좀이 먹은 흔적이라는 것이었습니다. 훼손된 것이라나요.

그럼에도 작품을 소장한 미술관 측에서는 그림을 복원하지 않기로 했다고 합니다.

그 또한 시간이 만들어낸 또 하나의 작품이라고 말이죠.



이처럼 우리가 미술관에서 그저 눈으로 훑고 지나쳐 기억에조차 남지 않을 작품들을

저자의 설명과 함께 차분히 들여다보노라면 먹의 흔적과 종이의 여백이 예사롭게 보이지 않습니다.

그림에 관심이 많은 저로서는 그림의 표현기법에 더 흥미가 가기도 합니다.

가끔은 요즘 그린 작품이 아닌가 할 만큼 세련되고 화사해 보이는 그림을 한참 동안 보기도 했습니다.

검무도처럼 춤을 추는 무녀의 치맛자락이 정말로 움직이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고

꽃밭을 날아다니는 나비들의 화려한 날갯짓에 꽃가루가 날아다니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지요.

또 고양이나 소, 개 등 동물들이 짓는 귀엽고 다양한 표정에서 작가들의 애정 어린 시선을 엿보기도 했습니다.


조선시대 화가라면 산수화니, 인물화니, 자신의 주전공이 있게 마련이다.

변상벽은 동물화, 그 가운데서도 고양이를 잘 그렸다.

오죽하면 그의 별명이 '변고양이'였다고. 고양씨,라고 불렸다는 얘긴데.

그러니까 변상벽도 응수하듯,

'고양씨라고? 그렇다면 끝을 보여주지. 이런 그림은 어때?'

하고 <묘작도>를 내놓은 게 아닐까.

그래, 이런 고양이, 누가 그릴 수 있겠어?

<우리, 고양이 얘기나 해볼까?> 中에서



한국화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얻으니 책에 자주 등장하는 <간송미술문화재단>을 방문하고 싶어 졌습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그림들의 원본도 보고 싶네요.

올가을은 한국화를 전시하는 미술관으로 여행을 떠나봐야겠습니다.

한국화에 대해 궁금하시다면 [한국의 일러스트]를 한번 읽어보세요.

어느 페이지를 펼치더라도 낯설지만 한편으론 낯익은 한국의 아름다움을 그림으로 만날 수 있습니다.

아마도 한국화의 새로운 매력에 흠뻑 빠지게 될 겁니다.

시대를 건너뛴 옛사람의 그림편지를 담은 [한국의 일러스트]를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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