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기업 대표이사로 퇴직했다가
나이 70에 다시 사진대학원에 들어가서
사진을 공부하니, 거기는 보통 사람들과는 차원이 다른 인간들이 많더라.
노는 물이 다르더라는 얘기다.
‘아마추어는 베끼고 프로는 창조한다니,
나는 사진을 찍으면서 철학자도 되고 종교인이 된다’는 등,
그럴싸한 말을 내뱉고 있으나,
책에 실린 조개껍데기 사진은
그런 주장을 입증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해보인다.
한마디로, 사회에 철저하게 순응하고 출세를 지향하는 보통 한국인에서
한발짝도 벗어나지 못한 모습이다. 열정만 있고 멘탈은 없는 상태 말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전체적인 스토리가 허준, 대장금, 동이 같은 사극이나 드라마에서 볼 수 있는
일종의 성공담으로 흘러가고 만다.
대기업 간부 - 은퇴 - 대학원입학 - 전시회.....
한때 유행했던 명문대/고시 합격수기의 비슷한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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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좁디좁은 고시원에 틀어박혀 살아야 하는 배경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이 없고 ‘1평에서 꿈을 키우는 곳’이라고
천진난만한 타이틀을 붙인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프로는 당신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찍는다고 일갈하고 있으나,
정작 자신은 남들 눈에 빤히 보이는 것도 못보고 있다.
악랄하기로 유명한 재벌의 나팔수로 수십년을 보냈으니(마케팅),
이해못할일도 아니나,
사진을 전공하는데 돈이 얼마나 들었는지 지출내역서를 공개하거나,
읽을만한 책이라도 소개해놨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사진 찍는 사람들이 참고할 내용은 분명히 있다.
이와 동시에,
이 엄혹한 세월에도 부조리를 찝어내는 사진은 거의없고
호모코레아니쿠스가 우글거리는
한국사진계의 단면을 보여주는 증거물이 될수도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