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 즈음, 사촌 형이 가지고 있던 책 중에 추천을 받아 읽어본 책이었다.
여름인지 겨울인지도 기억나지 않는 그 어느 계절에 이 책을 읽으며
몸이 오소소 떨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고, 그 잔상이 강하게 남아 있었다.
책을 읽은 후 그때의 무렵, 나는 이 책을 친구들에게 강하게 추천하고 다녔다.
그렇게 추천해준 결과, 나는 이 책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이후 시간이 흘러 스물 한 살이 되었고,
이제 다시 이 책을 만나야 할 때가 되었다는 무형의 확신이 들었다.
그렇게 이 책을 다시 펼쳤다.
이렇게 간결하고 쾌속적인데 이미지의 잔상이 흘러 넘치는 책이 있을까.
이 책은 딱 그렇다.
공기의 흐름이 다르고, 밖을 볼 수 있지만 나갈 수 없는 고도의 풍경.
불그스름한 촛불들이 한 데 모여 아침이 오지 않을 그 깊은 야시의 골목.
그 괴기하고도 그리움에 눈물이 나올 것 같은 배경의 이미지들이
내 마음을 강하게 스쳐 지나간다.
머리로 기억하는 것이 아닌 마음으로 기억하게 만드는 소설의 힘이 참으로 대단했다.
그 가운데 잃어버린 것들에 관한 이야기가 있다.
친구를 잃어버린 채 다시 그를 살리기 위한 여정을 떠나는 '바람의 도시'.
동생을 잃어버림과 동시에 자신마저 잃어버린 주인공이
그 동생을 찾기 위해 야시로 돌아오는 '야시'.
길을 잃고, 소중한 것을 잃고, 마침내 그 과거마저 잃어버린 모든 것들에
미래까진 잃어버리지 말라는 작가의 마음이 이 책에 담겨져 있다.
이 책을 잃어버린 것 또한 지금 이 순간에, 다시 이 책을 만나라는 어떤 뜻일지도 모르겠다.
나의 일부는 아직도, 이 책 너머의 고도와 야시를 유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