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들이 겪는 감정 중에 어른이 쉽게 설명해 주기 어려운 감정들이 있다. 그중 하나가 ‘기다림’과 ‘이해되지 않는 상황을 받아들이는 일’이 아닐까 싶다. <그래, 파도!>는 그 감정을 다루고 있는 책이다.
주인공 '그래'는 바닷가 마을로 이사 오면서부터 모든 것이 어긋나기 시작한다. 엄마는 바다를 견디지 못하고 떠나고, 아빠는 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 아이 입장에서 보면 온 세상이 한 번에 완전히 바뀐 셈이다. 그래가 설명되지 않은 이별을 겪고 있는 것이다. 어른은 상황을 이해하지만 아이는 그렇지 못한다. 왜 엄마가 떠났는지, 왜 나는 여기 남아 있어야 하는지 여러가지가 납득되지 않는 상태로 시간을 버텨야 하는 것이다. 그래가 처음에 파도를 싫어했던 이유도 단순하지 않다. 파도는 단순한 자연이 아니라 엄마를 떠나게 만든 원인처럼 느껴지지 않았을까. 그래가 바다에 적응해 가는 과정이 더 쉽지 않고 빠르지 않았던 것 같다. 억지로 좋아하려고 하지도 않는다. 그저 물수제비를 뜨며 마음을 던져보는 정도에서 시작한다. 아이들이 감정을 회복하는 방식이 어른처럼 정리하고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작은 행동을 반복하면서 조금씩 익숙해지는 쪽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아의 존재는 그 흐름을 바꾸는 계기가 된다. 서핑이라는 활동도 중요하지만, 사실은 다른 방식으로 버티고 있는 또래라는 점이 인상적이다. 수아 역시 자신의 상황을 안고 살아가는 인물이다. 그래에게 건네는 말들이 가볍지 않은 이유도 그 때문인 것 같다.
서핑 장면은 이 책의 핵심이다. 균형을 잡고, 기다리고, 타이밍을 보는 서핑의 전체 과정이 주인공 그래의 감정 상태와 자연스럽게 겹쳐진다. 특히 ‘기다리는 일에도 중심이 필요하다’는 부분에서는 어른인 나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살다 보면 당장 해결되지 않는 일들이 있는데, 그 시간을 버티는 힘도 결국은 균형에서 나온다는 걸 말하는 듯했다.
그래가 파도를 ‘유쾌한 파도 씨’라고 부르게 되는 변화도 의미 있게 느껴졌다. 환경이 바뀐 것이 아니라,
그 환경을 받아들이는 시선이 바뀐 결과이기 때문이다. 결국 이 이야기가 전하는 건 단순하지 않을까. 각자에게는 각자의 파도가 있고, 그걸 대신 넘어줄 수 있는 사람은 없다는 것. 그래서 더 조용하고, 그래서 더 오래 남는 이야기였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