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학을 소재로 한 어린이 책을 읽다 보면 설명 중심의 책과 이야기 중심의 책이 분명히 나뉘는 것 같다. <블랙홀이 땅콩만 하다고?>는 그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는 시도가 보이는 책이라고 느껴졌다. 여섯 편의 짧은 과학 동화를 통해 미래 사회와 과학 기술을 상상하게 하면서, 이야기 중간중간 과학 개념을 정리해 주는 방식이다.
이 책에는 서로 다른 주제를 다루는 여섯 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시간이 멈출 위기에 놓인 지구를 다룬 이야기, 감정을 느끼는 휴머노이드 아이를 통해 인간과 로봇의 관계를 생각하게 하는 이야기, 유전자로 미래가 정해진 사회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 등 다양한 설정이 등장한다. 블랙홀, 인공 지능, 유전자, 에너지, 환경 같은 과학 개념이 각각의 이야기 속에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 흥미롭게 느껴진다. 또한 이야기들이 단순히 과학 지식을 전달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질문을 남기는 구조인 점이 인상깊다. 예를 들어 감정을 느끼는 로봇이 등장하는 이야기에서는 인간과 로봇의 관계를 생각하게 하고, 유전자로 미래가 결정되는 사회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에서는 선택과 자유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과학적인 상상에서 출발하지만 결국은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생각하게 만든다는 점이 이 책의 특징이지 않을까 싶다.
이야기 중간에 등장하는 ‘잠깐! 과학 공부’ 코너에서는 블랙홀의 원리나 로봇, 차원 같은 개념을 간단하게 정리해 준다. 이야기를 읽다 궁금해질 수 있는 내용을 짧게 설명해 주는 방식이라 흐름을 크게 끊지 않으면서도 배경 지식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마지막에 이어지는 ‘아하! 생각 정리’ 코너 역시 줄거리 확인보다는 스스로 생각해 볼 질문을 던지는 방식이라 책의 여운을 조금 더 길게 남기는 장치처럼 보였다.
이 책은 ‘공부하는 샤미’ 시리즈의 두 번째 권이다. 개인적으로는 이전에 같은 출판사의 ‘책읽는 샤미’ 시리즈를 인상 깊게 읽었던 기억이 있어 이번 시리즈에도 자연스럽게 기대가 생겼다. 이야기와 지식을 함께 담아내는 방식이 비슷한 방향을 지향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어린이들이 흥미롭게 읽으면서도 생각할 거리를 얻을 수 있는 책들이 꾸준히 나오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과학 개념을 설명하는 책이라기보다 과학을 소재로 한 상상과 질문을 담은 이야기집에 가깝다는 점도 이 책의 특징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과학을 좋아하는 아이뿐 아니라 이야기 읽기를 좋아하는 아이들도 비교적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초등 고학년보다는 저중학년부터 읽으면 좋은 시리즈라 추천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