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의 절반』은 18~19세기 독일의 전설적인 시인 프리드리히 횔덜린의 시선집이다. 횔덜린이 세상에 내놓은 시부터 끝내지 못한 글까지, 그의 인생이 수록되어 있다. 그 삶의 흔적들을 따라가다 보면, 동양과 서양, 과거와 현재, 인간과 신을 넘나들게 된다. 이러한 비경계성이 어쩌면 200여 년 전 그가 겪었을 갈등, 혼란, 회의를 표현하는 게 아닐까. 그의 감정은 활자를 타고 독자에게 전해진다.
생전에는 광기 가득한 시인으로, 사후에는 시의 선구자로 평가받는 횔덜린. 시 한 편을 넘길 때마다 그를 둘러싼 말을 이해했다. 여러 조각으로 쪼개지는 듯한 글, 언어들 사이의 공백, 문장 부호의 생경한 쓰임에서 실험적이면서도 광적인 성향을 느낄 수 있었다. 새로움과 도전은 한 끗 차이니, 정신질환자이자 현대 시의 길잡이로 불리는 게 아닐까.
오랫동안 시를 멀리하다가 올해부터 시에 도전하는 내게 횔덜린의 언어가 쉽게 다가오지 않았다. 처음 시를 맞닥뜨렸을 때 시가 하나의 이미지로 그려지지 않아 애를 먹었다. 시인·번역가·철학자를 유영하는 횔덜린의 정체성이 글에도 나타난 게 아닐까. 어떻게 시를 받아들여야 할지 고민할 때마다 박술 번역가의 주석은 큰 힘이 되었다. 그리스 신화에 관한 설명부터 횔덜린의 생애와 작품, 독일어 분석까지. 독자에게 횔덜린의 세계를 보여주겠다는 의지가 다분히 느껴졌다. 더불어 책의 말미에 실린 번역가의 해제가 없었다면, 독일 시의 정수를 맛보지 못했을 것이다. 한국어로 옮기기 어렵다는 평을 들은 작품을 한 권의 책으로 완성한 박술 번역가와 읻다 출판사에 감사할 따름이다.
횔덜린의 시선집은 애서가라면 도전해 볼 만한 작품이다. 종이 너머로 전해지는 철학적 고찰, 상상을 불러오는 묘사, 수려한 표현과 언어가 구미를 당길 것이다. 단번에 해석하지 못해도 괜찮다. 우리에겐 친절한 주석과 해제가 있으니.
✔ 본 게시물은 읻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