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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예림님의 서재
  • 우리는 순수한 것을 생각했다
  • 은유
  • 16,200원 (10%900)
  • 2023-05-30
  • : 860

『우리는 순수한 것을 생각했다』는 은유 작가님이 한영, 한일, 한독 시 번역가 7명과 나눈 이야기를 담은 인터뷰집이다. 각기 다른 렌즈로 시를 바라보고 시의 말맛을 다른 언어로 이어 가는 7명. 그들이 자기만의 방식으로 시를 옮기는 과정 그리고 그들이 밟아 온 순간들이 대화에 녹아 있다. 언어의 속을 조명하고 현실의 벽을 끊임없이 두드리는 그들의 ‘맑음이 하늘을 빛낸다.

언제 어디서나 번역기를 사용할 수 있는 시대다. 기술로 언어의 장벽을 넘은 것만 같다. 그래서 번역의 가치를 가벼이 여기는 걸까? 문장을 ctrl+c(복사)해서 번역 프로그램에 ctrl+v(붙여 넣기)하면 그 뉘앙스를 완전히 살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 하지만, 언어의 마술사 같은 이들에게도 번역은 여전히 쉽지 않은 상대다. 수학 문제집처럼 시에는 정해진 정답이 없다. 그래서 원어의 어감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글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다양한 표현을 생각하고 조합하기를 반복한다. 생각하고 또 생각해서 글의 아름다움을 가장 잘 살리는 단어를 발견해 낸다. AI가 삶에 깊숙이 침투하고 있는 지금, 무엇보다 번역이 위태로워 보인다. 하지만, 번역은 결코 AI에 대체되지 않을 것이다. 언어의 뉘앙스와 차이를 음미하고 그 말맛을 살리는 표현은 인간만이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7명의 번역가들이 말하는 번역 이야기 속엔 희비애락이 가득하다. 그 감정을 즐기는 자들이 계속 시의 아름다움을 좇을 것이다.

‘말이 들리는 글’, ‘수다스러운 글’을 좋아하는 나를 저격하는 책이었다. 은유 작가와 이들이 대화를 나눈 서점 한구석에 앉아 이야기를 엿듣는 기분이었다. 한 사람의 표정, 눈빛, 애정, 자신감을 드러내는 흑백 사진들은 책에 ‘사람’을 넣었다. 그만큼 책장 너머로 사람이 느껴졌다. 홀로그램박으로 반짝이는 표지는 두 가지의 인상을 준다. 첫 번째는 번역가들의 반짝이는 순간들을 은유 작가님이 비추는 듯한 느낌이고, 두 번째는 번역가들의 다채로움을 표현하는 느낌이다. 맑음과 순수함이 표지에서부터 튀어서 좋다.

언어를 발견하는, 시를 사랑하는, 끊임없이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의 말을 유영하다 보면 시를 꺼내 읽고 싶어진다.

시 번역은 사람이 할 수 있는 아름다운 일이다. 번역은 애정을 보내는 일이다.- P47
작가로 살지 않더라도 이 세상에서 좋은 사람으로 살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계속 읽고 생각합니다. 나는 내 감수성을 유지하고 정신을 바짝 차리고 싶고, 그렇게 하는 게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P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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