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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예림님의 서재
  • 우리가 작별 인사를 할 때마다
  • 마거릿 렌클
  • 15,300원 (10%850)
  • 2023-12-25
  • : 3,973

풀 내음이 가득한 책이다.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그 내음이 느껴진다고 할 만큼 자연 ‘에세이’가 아니라 ‘자연 그 자체’로 다가온다. 작가가 자연에서 겪은 조그맣고 사소한 이야기들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풀숲에 누워 새소리를 들으며 풀 냄새를 느끼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작가의 생생한 묘사와 감상은 딱딱한 의자가 아니라 촉촉한 풀에 앉아 책을 읽는 느낌을 준다. 그 느낌은 바쁜 도시 생활에서 벗어나 잠시 시골에 놀러 온 듯한 기분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그 기분은 내가 시골에서 겪었던 여러 경험을 떠올리게 한다. 나는 시골 할머니 댁에서 동생이랑 호미로 고구마를 캤던 일, 밭에서 코피가 나자 할아버지가 쑥잎으로 내 콧구멍을 막아 준 일을 생각했다. 마거릿 덕분에 잊고 지냈던 따뜻한 시골 에피소드가 하나하나 그려졌다. 이처럼 그의 글은 독자가 자연에서의 경험을 떠올리게 하고, 경험이 없는 독자는 글을 통해 간접적으로 자연을 느끼게 한다.


마거릿은 자연에서 겪은 에피소드와 더불어 그의 가족이 겪은, 가족과 겪은 에피소드를 통해 배운 삶과 죽음에 대한 깨달음을 담담하게 이야기한다. 그 담담한 깨달음은 독자에게 삶과 죽음이 무엇인지를 자문하는 시간을 준다. 인간은 태어나면 죽는다는 건 알고 있지만, 죽음을 진지하게 바라본 적은 없었다. 죽음을 외면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마거릿의 책을 통해 삶과 죽음은 한 끗 차이라는 사실을 배웠다. 인생은 허무하다고 말하려는 게 아니다. 매 순간 애쓰지 않아도 괜찮은 삶을 살아갈 수 있음을, 죽음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음을 깨달았다.


동물에 대한 사랑도 책 곳곳에 묻어 있다. 동물에게 머물러 있는 마거릿의 시선은 그 사랑을 보여준다. 그가 동물을 객체가 아니라 인간과 같이 숨 쉬는 생물로 존중한다는 느낌은 다양하게 전달된다. 집 마당에 작은 집을 지어 새들에게 안식처를 선물하고, 알들이 둥지에 잘 있는지, 천적이 알을 잡아먹지는 않는지 창문으로 지켜보는 등 마거릿은 동물의 안위를 생각하고 그들의 삶을 신경 쓰는 따뜻한 사람이다. 그 따뜻함이 삶에 지친 우리를 위로하기도 한다.


마거릿은 우리에게 자연, 삶과 죽음, 사랑을 알려 준다. 4쪽 이하의 분량으로 이어지는 글들은 가벼우면서도 깊다. 그리고 작가의 남동생 빌리가 그린 삽화들은 이야기의 시작을 열어 준다. 바쁨과 도시에 지친 현대인들이 마거릿의 글과 빌리의 그림으로 잠시나마 쉬어갈 수 있기를 바란다.


✔ 본 게시물은 을유문화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다람쥐들이 내가 짐작하지 못하는 이유들로 게속 서둘러 건너가는 도로에서 이웃들이 조심해서 운전하면 좋겠다. 덤불 속에 사는 쥐잡이뱀이 너무 통통해서 다람쥐들이 만들어 놓은 굴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면 좋겠다. 우리 집이 그들의 피난처가 되면 좋겠다.- P79
돌아갈 몫은 여전히 풍부하다—꽃이 풍부하고, 씨앗이 풍부하고, 벌레가 풍부하다. 하지만 우리 정원에 사는 생물들은 공유하는 데 흥미가 없다. 그들에게 결핍이란 결핍에 대한 두려움과 같은 것이다. 진짜 위협과 상상 속 위협이 같은 반응을 유발한다. 나는 창가에 서서 그들을 지켜보고 있다. 그들의 사나움이 상기시키는 인간의 모든 갈등을 떠올리면서.- P84
어머니의 장례식 2주 뒤, 그 개가 가출했다. 얼룩배기 털을 가진 그 개는 제멋대로이면서도 눈에 잘 띄지 않았다. 부르면 절대 한 번에 오지 않았고, 가장 낮은 덤불 밑, 꺾어진 가장 작은 나뭇가지 뒤로 몸을 감추었다. 겁에 질린 나는 정원을 뒤집어 엎으며 그 개를 찾았다. 마침내 길 건너편 어머니 집을 확인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뒷문 앞에서 들여보내 달라고 뛰어오르고 할퀴고 있는 그 개를 발견했다. 얼마나 오랫동안 절박하게 할퀴었는지 문설주의 페인트칠이 벗겨져 있었다.- P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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