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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예진님의 서재
  • 우리는 마침내 같은 문장에서 만난다
  • 강윤미
  • 13,950원 (10%770)
  • 2023-02-14
  • : 359

산문집에도 '뜸'이 있다. 뜸을 들이고 쓰는 글은 그 자체로 독자를 배려하는 글이다. 글을 읽고 소화가 잘 되도록 돕는 글. 내게는 강윤미 시인의 산문집 <우리는 마침내 같은 문장에서 만난다>가 그렇다. 이러한 내 생각을 뒷받침 해주는 시인의 문장.


"어떤 사람을 그리워하고 좋아하게 되는 지점도 그렇다. 그 사람이 갖고 있는 배경보다 나만 포착할 수 있는 작은 포인트 때문에 마음을 뺏기게 된다. 내가 말을 할 때 귀 기울여주는 살뜰한 표정이나 내가 한 말들을 기억해두었다가 다음에 만날 때 그 일의 안부를 다시 물어주는 것. 혹은 턱 한 쪽에 손을 괴는 습관이나 살짝 웃을 때 드러나는 가지런한 이 같은 것. 한 박자 뜸을 들이고 말을 시작하는 사소함."(187~188쪽)


또 이런 문장은 어떤가.


"일곱 살 아이의 머리를 감기려고 손바닥에 샴푸를 짜서 거품을 낸다. 아이의 작은 머리에 거품을 문지르고 머리카락에 골고루 묻힌다. 샤워기 호스를 머리에 갖다 대자 아이가 소리친다. “엄마, 내 생각이 젖을 것 같아!”"(71쪽)


나는 아이를 키워본 적이 없지만, 어쩌면 글을 쓰는 일은 아이를 키우는 일과도 같다는 생각이 든다. 뜸을 들이고, 쓰지 않은 시간을 견뎌 본 강윤미 작가의 글은, 그래서 아름답고도 지극하다. 시에 대한 그리움을 쌀처럼 솥에 안치고 물의 깊이를 가늠하는 시인의 착한 눈이 눈에 선하다. 일상에 깃든 시적인 문장들에 뜸이 들었으니, 이 글을 읽는 내 마음이 밥상에 둘러앉은 저녁처럼 참 푸근하다.

"일곱 살 아이의 머리를 감기려고 손바닥에 샴푸를 짜서 거품을 낸다. 아이의 작은 머리에 거품을 문지르고 머리카락에 골고루 묻힌다. 샤워기 호스를 머리에 갖다 대자 아이가 소리친다. "엄마, 내 생각이 젖을 것 같아!""- P71
"널 떠올리면 늘 내가 외로워져. 어른이 된다는 것은 가장 익숙한 것을 떠나보내는 일 같아."- P80
"이름을 따라 버스를 타면 그곳으로 데려다준다니! 참, 멋지다! 터미널이란 곳은!"- P122
"어떤 사람을 그리워하고 좋아하게 되는 지점도 그렇다. 그 사람이 갖고 있는 배경보다 나만 포착할 수 있는 작은 포인트 때문에 마음을 뺏기게 된다. 내가 말을 할 때 귀 기울여주는 살뜰한 표정이나 내가 한 말들을 기억해두었다가 다음에 만날 때 그 일의 안부를 다시 물어주는 것. 혹은 턱 한 쪽에 손을 괴는 습관이나 살짝 웃을 때 드러나는 가지런한 이 같은 것. 한 박자 뜸을 들이고 말을 시작하는 사소함."- P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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