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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찌모찌의 맛있는 책 읽기
  • 성경책 파는 조선 상인들
  • 이원식
  • 14,400원 (10%800)
  • 2026-02-05
  • : 1,133


한국교회의 선교 역사를 떠올리면 대개 언더우드와 아펜젤러의 입국부터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원식의 《성경책 파는 조선 상인들》은 그보다 앞서 조선의 닫힌 국경을 넘어온 성경의 여정을 들려줍니다. 저자는 스코틀랜드 선교사 존 로스와 평안북도 의주의 상인들이 만나 최초의 한글 성경을 번역하고 조선에 전했던 역사를 다큐멘터리와 같은 서사로 생생하게 복원합니다.


조선 입국이 허락되지 않았던 존 로스는 고려문을 오가던 조선 상인들을 만났습니다. 상인들은 목숨을 걸고 성경을 짐 속에 숨겨 국경을 넘었으며, 마침내 한글 성경을 번역하는 일에도 참여했습니다. 이들은 성경을 운반한 사람들이자 복음의 언어를 함께 빚어낸 번역자들이었습니다. 선교사는 조선 땅을 밟지 못했지만, 말씀은 상인들의 발걸음과 유통망을 따라 그보다 먼저 조선에 들어왔습니다.


이 책은 한국 기독교의 시작을 서양 선교사의 헌신만으로 설명하지 않습니다. 조선인들이 복음을 받아들이고 번역하며 전파한 주체였다는 사실을 선명하게 보여줍니다. 생업을 위해 국경을 넘었던 상인들의 길은 어느 순간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는 통로가 되었습니다. 하나님은 사람들의 만남과 일상적인 선택을 엮어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복음의 길을 여셨습니다.


한글 성경의 번역 과정도 깊은 인상을 남깁니다. 하나님을 어떤 말로 표현할 것인지, 성경의 의미를 조선 사람들의 언어에 어떻게 담아낼 것인지를 두고 치열한 고민이 이어집니다. 번역은 외국어를 우리말로 옮기는 기술을 넘어, 복음이 한 민족의 삶과 문화 속에 뿌리내리도록 길을 내는 신학적 작업이었습니다. 성경이 한문이 아닌 한글로 번역되면서 말씀은 지식인과 특권층의 울타리를 넘어 평범한 백성에게까지 다가갈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이 책은 하나님의 역사가 중심보다 변방에서 먼저 시작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조선의 수도도, 이름난 학자들의 서재도 아닌 국경의 장터와 상인들의 짐 속에서 복음의 씨앗이 옮겨졌습니다. 세상이 주목하지 않던 사람들의 용기와 수고가 한국교회의 시작을 준비했습니다. 고려문에서 이루어진 작은 만남은 한글 성경의 번역으로 이어졌고, 그 성경은 닫혀 있던 조선의 문을 말씀으로 두드렸습니다.


《성경책 파는 조선 상인들》은 성경 번역의 역사를 소개하는 책을 넘어, 하나님께서 막힌 시대 속에서도 어떻게 새로운 길을 여시는지를 보여주는 기록입니다. 우연처럼 보이는 만남과 이름 없이 감당한 헌신이 하나님의 섭리 안에서 하나의 흐름을 이루었습니다. 오늘 우리가 오가는 길과 만나는 사람, 맡겨진 일상의 자리 또한 복음이 흘러가는 통로가 될 수 있습니다. 닫힌 문 앞에서도 말씀은 멈추지 않습니다. 하나님은 사람을 만나게 하시고, 그 만남을 통해 지금도 복음의 길을 이어 가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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